노동 ‘진보’-지경 ‘보수’ 영역, 부처별 ‘색깔’ 뚜렷… 현안 생기면 양보없는 신경전

입력 2010-02-23 18:39


국민일보-서강대 현대정치硏, 2년간 閣議 안건 분석

3회 : 경제·외교안보 분야 정책 분석

#1. 지난해 7월 28일 오후 7시 청와대 본관 세종실 국무회의장. 33개의 안건에 대한 논의가 끝나갈 즈음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저출산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운을 뗐다. 예정된 안건이 아닌 돌발 발언이었다.

잠시 전 장관을 응시하던 국무위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했다. 윤 장관은 “돈만 줘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응수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저출산 예산을 둘러싼 양 부처 간 신경전은 올해 예산안 통과 직전까지 이어졌다.

#2. 지난해 말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둘러싸고 윤 장관과 전 장관이 다시 격돌했다. 서비스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무게중심을 둔 재정부 논리에 복지부가 서민층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비스업 선진화를 지지하던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가세하면서 대결 구도는 재정부와 지경부 대 복지부로 확대됐다. 부처 간 불협화음은 이명박 대통령이 “시간을 갖고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후에야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사안별로 입장차를 드러내며 팽팽히 맞선 부처 간 불협화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부의 성격과 관계없이 부처 업무상 지닌 정책노선이 이념적으로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본보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경제부처별 정책이념 성향을 분석한 결과, 복지부는 -0.42, 재정부는 0.52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분배와 조정을 강조하는 진보영역에, 재정부는 성장을 강조하는 보수영역에서 정책을 접근한다는 의미다.

노동부의 경우 복지부보다 더 진보 쪽인 -0.76이었고, 기업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에 정책적 방점을 찍은 지경부(0.67)와 국토부(0.40)는 재정부와 함께 보수영역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집권 1, 2년차 서민금융 지원과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집중한 금융위원회(0.06)의 정책이념은 중립에 가까웠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이지호 선임 연구위원은 “농림수산식품부(0.56)의 경우 결과는 보수이지만 지난 2년간 각종 위원회 축소 등 행정 영역의 보수안건이 많아 증폭된 면이 있다”며 “이를 제외하면 농어민 지원 등으로 보수성이 상당히 누그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이지호 선임 연구위원,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객원 연구위원)

◇본보 특별취재팀=하윤해 안의근 이도경 기자(이상 정치부) 정동권 기자(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