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새롭게 약속” 親朴 “왜 편드나”

입력 2010-02-23 21:54


한나라당이 23일 오후 개최한 의원총회에서는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했던 정몽준 대표와 친박계의 충돌이 빚어졌다. 이틀째 계속된 ‘세종시 의총’으로 계파 간 불신이 더 쌓이는 형국이다.

정 대표는 인사말에서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한 얘기라며 “아버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 저명한 경제학자에게 조언을 구하자 ‘선거 때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하면 미국 경제에 부담되니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약속을 하고 잘 지켜야 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자신이 10년 전 신문에 쓴 이야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사실상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격인 유정복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에 나섰다. 유 의원은 “당 대표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정 대표는 치우친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또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회동 무산 과정을 설명한 뒤 “정 대표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말한 것인데, 무슨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 대표로서 적절한 해명이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듣고 있던 고흥길 의원은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사안을 측근 의원이 얘기하는데) 정 대표도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정양석 대표비서실장을 시켜서 대응하면 된다”고 흥분했다.

정 대표는 곧바로 “중도라는 게 참 어렵다”면서 “이중간첩이면 중도를 잘하겠지만, 천성이 간첩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어서…”라고 받아쳤다. 정 대표는 지난해 박 전 대표와 재보궐선거 지원 문제로 빚어진 오해를 거론하며 “박 전 대표는 재보선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선거를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내 말과) 뭐가 꼭 그리 다른가. 난 (박 전 대표도) 우리당 후보가 잘되길 바라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그런 뜻으로 말씀하시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이들의 설전으로 소란해지자 안상수 원내대표가 나서 “의사진행 발언은 받지 않겠다”며 상황을 수습했다.

토론에서 박준선 의원은 “친이, 친박계 양쪽에서 5명 내외의 과도한 충성경쟁을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양측을 비판했다. 이은재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독선과 다르지 않다”고 친박계를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은 “의총장에서 박 전 대표의 진솔한 생각을 듣고 싶다. 언론이나 대리인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석철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