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1번지 청담동에 ‘제3 삼성타운’
입력 2010-02-23 21:27
삼성그룹이 서울 럭셔리 패션의 중심지인 청담동에 ‘제3의 삼성타운’을 준비 중이다. 태평로 시대에 이어 서초동 시대를 연 삼성이 청담동 일대를 새로운 타운으로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태평로는 금융의 축, 서초동은 전자의 축, 청담동은 패션의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삼성이 3각 축을 중심으로 3세 경영시대를 열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 계열사 제일모직은 오는 4월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청담동 건물에 ‘토리버치’ 안테나 숍(고객 반응을 측정하는 시범점포)을 개설할 예정이다. 토리버치는 미국 뉴욕에서 유행하는 명품 여성복 브랜드. 이건희(68) 전 삼성 회장은 지난해 4월 이 건물을 260억∼27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건물 시가는 3.3㎡당 평균 1억8000만원 선이다.
제일모직은 4∼5월쯤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 있는 330㎡ 안팎의 건물에 미국 디자이너 남녀 토털 브랜드 ‘릭 오웬스’ 매장도 열기로 했다.
이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은 “삼성이 청담동에 미니타운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D부동산 관계자는 “봄이 오기 전 꽃망울이 피어오르는 단계 같다”며 “대기업이 건물을 1, 2채씩 사들이기 시작할 때는 모르는데, 2∼3년쯤 지나면 타운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H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큰손’이 움직이면 거래가격이 높게 형성되는데 요즘이 딱 그렇다”며 “청담동 비싼 건물을 매입할 구매자는 대기업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몇 해 전부터 삼성이 이 지역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청담동은 유행과 패션의 1번지다. 브런치가 가장 먼저 유행했고, 연예인들이 약속 장소로 애용하며,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많이 오가는 곳이다. ‘샤넬’ ‘루이비통’ 같은 백화점 명품 브랜드가 대중적 브랜드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도 불린다.
1984년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 2008년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이은 청담동의 제일모직 패션거리는 이 지역 로드숍을 선점한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함께 새로운 범삼성가 타운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이 서초동의 전자를 이끌고 있다면 청담동은 제일모직 등 그룹 패션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가 주도하고 있다. 이부진(40) 호텔신라 전무는 지난해 9월부터 에버랜드 경영전략 담당 전무를 겸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 회장의 청담동 건물 매입과 제일모직의 새로운 로드숍 오픈은 이서현 전무 사업과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 이 부사장이 전자·금융 부문을, 이부진 전무가 외식·레저, 이서현 전무가 패션·광고 분야를 분할경영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청담동은 ‘일등주의’와 ‘미래경영’을 추구해 온 삼성의 경영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늘 한발 앞선 경영을 해 왔다”면서 “삼성이 청담동 부동산을 매입하고 로드숍을 잇따라 개설하는 것에서 패션 등 부가가치가 큰 사업에 대한 그룹의 뜻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