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관련국 집결… ‘베이징 담판’ 짓나
입력 2010-02-23 21:50
한국 미국 중국 북한 등 6자회담 핵심 참가국들이 중국 베이징(北京)에 모여 회담 조기 재개를 놓고 담판을 시도할 전망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3일(현지시간) 성 김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를 대동하고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이에 맞춰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23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위 본부장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와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
때를 맞춰 북한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도 이날 베이징에 입성했다. 김 부장의 방중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방북에 대한 답방 형식이지만, 미국이나 한국 측과 전격 회동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중은 왕 부장의 방북(6∼9일),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9∼13일) 등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북한과 중국의 심층적인 의견 교환과 맞물려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 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추가 북·미 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 김 외무성 부상의 방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다자 및 양자 대화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이 이번에 북한의 ‘일정한 양보’를 바탕으로 중재안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이 구체적인 협의안 없이 6자회담의 주요국 수석대표들을 부를 리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전에 북·중 협의를 통해 도출된 안을 한국과 미국에 제시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수용 가능’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경우 6자회담은 다시 가동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보즈워스 대표 일행은 한국과 일본에도 들를 예정이다.
6자회담 재개 이전 대북제재 해제 및 평화협정 논의라는 북측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중국 중재안의 핵심 내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의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위 본부장도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비핵화의 진전이 있은 후에 평화협정 논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며 “(중국에 가서) 우리가 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그 입장을 상대에게 설득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즈워스 방중 결과를 토대로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6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양국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고 6자회담 관련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유 장관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 기념 학술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는 유엔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투트랙 접근법’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