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이, 내가 키워야 행복할 것”… 목사 사모 등 3명 입양신청

입력 2010-02-23 18:21


지난해 성탄절 전날 주택가에 버려졌다 구조된 ‘성탄이’(본보 2009년 12월 30일자 1면·사진)의 부모가 되겠다며 입양을 신청한 사람들이 저마다 특별한 인연을 주장하고 나섰다. 입양기관은 이례적인 경쟁 덕분에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경기도 성남시 가나안교회 장경덕 담임목사의 부인 최은실(45)씨는 “6년 전쯤 아프리카 선교활동을 할 때 현지 아이들을 보고 입양을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어가 다른 현지 아이들을 키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리나라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시부모 허락까지 받았고 가족 모두 성탄이를 받아들이길 간절히 원한다”고 했다.

갓 태어난 성탄이가 버려졌던 빌라의 주인 임영란(53·여)씨는 “20여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아들을 달라고 기도를 드렸는데 우리 가족에게 키우라고 보내주신 것 같다”며 “두 딸을 모두 키워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성탄이를 키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자가 하기 힘든 건축업을 하다 보니 아들을 꼭 갖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 지역 한 교회 담임목사의 부인 임모(49)씨는 “남편이 성탄이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기도를 드리다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성탄이 사연이 보도된 지난해 12월 30일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은평구청에 달려가 입양 절차를 알아봤다”며 “입양하면 친자식처럼 키우고 싶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아동복지센터는 최근 신청자 3명 가운데 2명의 집을 찾아가 아이를 키우기에 적합한 가정인지 조사했다. 한 신청자는 아기를 맞기 위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한 뒤에 방문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신청자는 벌써 성탄이 방을 꾸며놓고 아기 턱받이 등 유아용품까지 갖췄다. 성탄이 소식을 듣기 전에 아기를 보내주는 꿈을 꿨다는 신청자도 있었다.

이기영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소장은 23일 “한 아이를 두고 여러 사람이 입양 신청을 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신청자 모두 가정환경에 문제가 없고 인품도 훌륭해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센터는 오는 7월까지 친부모를 기다리며 신청자에 대한 심리검사 등 다양한 심사를 진행한 뒤 양부모를 정할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