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비 구봉서, 눈물 복받쳐 말 못이어

입력 2010-02-23 22:01

코미디계의 큰 별 배삼룡씨 별세 소식이 전해진 23일 후배 희극인과 지인들, 방송사 관계자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개그우먼 김미화씨는 “선생님 때문에 코미디언을 해야겠다는 꿈을 가졌는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엄용수 희극인협회장과 최양락 임하룡 이상용씨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엄 회장은 “코미디의 대선배께서 가셨다. 이제 무거웠던 짐을 모두 내려놓고 영면에 드시길 기원한다.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도 3년을 버티셨다. 병마 앞에서도 대스타답게 꿋꿋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상용씨는 “배삼룡 선배는 낮에도 떠 있는 별이었다”며 “생전에 한 경로잔치 행사장에서 ‘내가 나이가 80인데 나보다 더 어린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으니 참 행복하다’고 했던 말씀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고인과 70년대 콤비로 활동했던 동갑내기 개그맨 구봉서씨는 과거 겪은 뇌출혈로 몸이 불편한 상태여서 24일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고인의 아들 동진씨는 “구 선생님과 통화했다. 우느라 말씀을 못 이으셨다. 유일한 친구가 먼저 갔다며 대성통곡하셨다”고 전했다.

방송국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 빈소를 찾은 안우정 MBC 예능국장은 “한국 코미디의 거목이 돌아가셨다. 고인은 MBC, KBS를 넘어 국민적인 코미디언이자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을 추모하는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희 MBC PD는 “1993∼94년 고인과 함께 ‘웃으면 복이 와요’를 만들었다. 전성기에서 13년여가 지난 뒤였지만 고인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사를 해도 유독 재미있게 전달했다. 천부적인 코미디언”이라고 회고했다. 또한 “그때 고인이 산에서 산삼을 캤다고 자랑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시만 해도 에너지가 넘치셨던 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에는 정·재계에서 보낸 조화들이 입구부터 안쪽까지 가득했다. 이명박 대통령,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조화를 보내 애도를 나타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조화를 보내면서 “고인은 이름 석자만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웃음을 줬다. 암흑의 시기 국민들이 웃기 힘들 정도로 어려울 때 희망을 준 고인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