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느는데… 산업대출은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

입력 2010-02-23 18:19

가계대출금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으나 산업대출금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일반 시중은행에서는 산업대출금이 준 반면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은 늘어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이 이자가 비싼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정도로 자금 사정에 압박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시중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보다는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09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지역별 대출금 동향’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총 대출금은 지난해 4분기 말(12월 말) 1261조4000억원으로 3분기 말에 비해 0.4%, 4조7000억원이 늘었다. 그러나 이 중 산업대출금은 710조6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1.0%인 7조4000억원이 줄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예금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외은지점 등)은 산업대출금을 줄였으나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 신협 등)은 늘렸다.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은 1.7%인 9조5000억원 줄었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금은 5.6%, 4조6000억원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금은 0.9%, 4조1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대출금은 1.3%, 2조1000억원 증가했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금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다. 한은 금융통계팀 김병수 과장은 “연말에는 기업들이 부채 비율을 맞추기 위해 부실을 처리하고 대출금을 갚기 때문에 산업대출금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당국이 예대율과 부실채권비율의 관리기준을 강화하면서 산업대출금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체 산업대출금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은 1.3%, 건설업은 8.4% 각각 줄었다. 서비스업은 0.6% 늘었으나 이 중 도소매업(-1.2%)과 숙박·음식점업(-0.6%)은 감소했다.

산업대출금과 달리 가계대출금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계대출금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 말 550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2.2%, 12조1000억원이 늘어나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