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급증 中企 부실 위험도 크다

입력 2010-02-23 21:24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A사는 주위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고속성장을 해왔다. 2005년 11월 설립된 이 회사는 1년 만에 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289억원으로 매출이 3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 증가에만 신경을 쓰는 동안 기업의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유동부채는 같은 기간 88억원에서 115억원으로 불어났다. 2007년 매출 원가는 247억원, 전체 매출에서 판매관리비를 뺀 영업이익은 고작 1억원에 그쳤다. 5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6월 결국 부도를 냈다.

매출액 증가율은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매출액 증가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경쟁력이 있는 기업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A사의 경우처럼 단기간에 고속성장한 기업은 오히려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 증가율 높을수록 부실률도 커져=23일 신용보증기금이 2002∼2008년 보증한 중소기업 36만4436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이 매년 100% 이상 늘어난 기업들의 부실률은 6.0%로 매출이 30%씩 떨어진 곳의 부실률(5.7%)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매출액 증가율이 50∼100%인 중기의 부실률은 4.2%로, 전체 평균(3.9%)을 앞질렀다. 반면 매출액 증가율이 10%대인 기업은 지속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이 기업 경영에 더 중요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기업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인수’한 기업의 부실률(7.1%)은 창업(5.6%)이나 승계(5.5%)보다 높았다. 이는 사업을 인수하는 데 따른 장점 못지않게 리스크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해지는 우먼파워, 사업에서는=이번 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남자인 기업보다 여성기업의 부실률이 더 높게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파워가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작은 영세기업군에서는 여성기업의 부실률이 8.5%로 남성기업(5.7%)보다 높았지만 총자산 10억원 이상 기업군에서는 여성기업의 부실률이 남성기업보다 0.1%포인트 적었다.

신보는 “여성기업의 부도율이 높은 것은 남성기업과 달리 사업성이 취약하고 영세 서비스·도소매업 및 일부 소규모 제조업 등에 집중돼 있는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CEO 취미에 따라 부실률도 천차만별=경영자의 취미에 따라 부실률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경영자가 활동적이고 지구력을 요하는 취미를 가질수록 기업 경영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쿼시(2.7%) 마라톤(3.0%) 골프(3.4%) 조깅(3.9%) 테니스(4.3%) 등 주로 야외에서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는 경영자는 부실률이 낮았다.

반면 음악감상(8.6%) 산책(9.1%) 영화감상(10.3%) 인터넷(11.7%)을 즐긴다는 경영자는 부실률이 높았다. 독서(7.1%) 서예(7.3%) 미술(7.3%) 등의 취미도 부실률이 높은 부류에 속했다.

가정이 안정될수록 사업이 잘될 가능성이 높았다. 독신인 경우의 부실률은 10.7%로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있는 경우(4.6%)보다 배 넘게 높았다.

대표자의 학력이 높을수록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나 중퇴한 경우에는 학력이 낮은 졸업자보다 부실률이 높게 나타났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