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년연장用 임금피크제 제동

입력 2010-02-23 18:19

이르면 다음달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대한 표준모델이 마련된다. 기존 직원들의 정년 보장에만 골몰하고 인력 구조조정은 외면하는 일부 공공기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령화 추세라는 시대 흐름에 어긋나는 정책을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3일 “일부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정년 연장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 고령화 문제 해법이 청년실업을 늘릴 수 있으니 이를 감안해 표준모델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는 노·사가 합의한 일정 연령이 지나면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늘리는 방식의 고용보장제도를 말한다.

이번 표준모델이 마련되면 오는 7월 정년 연장을 시행할 예정인 한국전력에도 적용된다. 한국전력 노·사는 지난달 56세를 정점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신 정년을 현행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키로 합의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전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노사 합의를 한 이후 다른 공공기관에서 일률적 정년 연장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무분별한 정년 연장은 신규 채용문을 좁히고,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노사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 정부가 재조정에 나서고 특히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에 대비해 고령 근로자의 직업 안정성을 해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많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 유연성에만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정년을 그냥 두고 임금을 깎는 것은 임금피크제의 본질에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표준모델 지침이 마련되는 대로 한전은 물론 나머지 공기업·기관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101개 공기업·준정부 기관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27개다. 이 가운데 한국도로공사, 컨테이너부두공단, 부산항만공사는 현재의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이전 일정 시점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 보장형을 선택했다.

정년 이전 임금을 깎아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은 신용보증기금과 자산관리공사, 지역난방공사, 전기안전공사, 광물자원공사, 한국거래소가 도입하고 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