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악용 속출… 허술한 제도가 부정입학 불렀다

입력 2010-02-23 21:55

2010학년도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 입시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을 악용해 부적격 학생이 잇따라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엄정 대처와 함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Y중학교는 2010학년도 자율고 입시에서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 학교장 추천서를 써주었다. 학교 관계자는 “자율고에서 추가 모집한다는 내용만 듣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인 줄 모르고 추천서를 작성해 줬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복수의 학생들에게 자율고 2곳에 대한 추천서를 써줬다. A중학교는 금융사 고위 간부의 자녀에게 추천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합격 취소 등) 어떻게 처리할지는 지역 교육청별로 진행 중인 조사가 끝난 뒤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은 자율고가 외고나 국제고처럼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막고,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없애자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이처럼 부정입학 사례가 속출하자 해당 전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정원(총 정원의 20%)을 채우기가 현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 자율고 입시에서 13개 학교 중 8개 학교가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무더기 정원 미달 사태를 겪었다. 일반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력이 떨어지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자율고 지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부정입학 사태’는 교육당국이 제도를 완벽하게 갖춰놓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고 설립을 성급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뚜렷한 기준 없이 학교장 추천서만으로도 해당 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정입학을 유도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