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격한 감정 다툼으로 막가는 與圈
입력 2010-02-23 18:01
세종시 문제를 놓고 대치 중인 여권 내 친이계와 친박계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가관이다. 어제만 해도 청와대측과 박근혜 전 대표의 비밀 접촉 및 친박계 의원에 대한 청와대의 기획사정설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한데다, 친이계 의원의 막말 파문까지 겹쳐 몹시 어수선했다. “사과해라” “책임져라”는 공방 속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상대는 제압의 대상일 뿐 포용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은 친이계나 친박계나 마찬가지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 제의를 거부했다고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 박 전 대표에게 회동 불발의 책임을 떠넘기며 압박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은밀한 접촉 내용이 알려짐으로써 향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졌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이 정색하고 정 대표의 발언 내용을 반박하며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 역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유 의원 주장대로 박 전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동을 직접 거부한 것은 아닐지라도 정 대표를 사실과 다른 얘기를 일삼는 거짓말쟁이 정도로 폄하한 건 심했다.
홍사덕 의원이 청와대가 친박 의원을 뒷조사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하자 친박계는 박 전 대표도 지난해 조사당했고, 의원 4∼5명이 뒷조사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며 힘을 보탰다. 청와대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홍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홍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파고들어 역공한 것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알쏭달쏭하지만, 양쪽은 우격다짐을 마다하지 않을 자세여서 진실이 규명되기는 힘들 것 같다.
친이계인 진수희 의원의 ‘어느 ×’라는 욕설과 관련한 날 선 공방은 양측 감정이 격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 의원은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막말한 것 자체만으로 자질이 의심스럽다. 본때를 보이겠다는 듯 진 의원을 거세게 몰아치는 친박계의 태도는 천박하다. 친이계와 친박계는 비이성적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