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바이블] 독일 통일 20주년 재조명

입력 2010-02-23 17:31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

올해는 동, 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독일이 통일된 지 20주년 되는 해다. 독일 통일은 급박하게 이뤄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독일 기독교인들이 고백하듯 통일은 하나님이 행하신 거사였던 것이다. 독일은 히틀러 정권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분단됐다. 자유민주주의연합군 영국 프랑스 미국은 서독 지역을, 공산주의 소련은 동독 지역을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했다. 1949년 동, 서독이 각각 헌법을 공포하므로 분단이 가시화된 것이다.

독일에 분단을 가져온 것은 히틀러를 수반으로 하는 나치 정권이 일으킨 전쟁 때문이었다. 독일은 우리에게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종교개혁의 전통이 400년 넘는 기독교 국가에서 어떻게 그런 사악한 정권인 히틀러와 나치당이 권력을 잡을 수 있었을까. 만약 종교개혁 정신으로 나라와 민족을 계속 개혁해 나갔더라면 과연 히틀러는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유감스럽게도 당시 기독교는 교권주의에 빠져 있었고, 신앙은 노년기적 권태에 사로잡혀 있었고, 신학은 자유주의에 물들어가면서 믿음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영적 분별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소련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유럽 기독교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자국의 기독교인들을 포함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고, 독일은 분단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비극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일으키셨다. 통일은 그렇게 역사하신 하나님의 거사였다. 동독은 소련 공산군의 지원 하에 사회주의 헌법으로 종교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동독 교인들은 49년 당시 1500만명 정도 되었는데, 통일이 이뤄지는 90년에 거의 500만명으로 줄었다. 동독 사회주의 정권이 기독교를 얼마나 가혹하게 탄압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회를 전적으로 파괴하지 못했다.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000명처럼 하나님께서 남겨두신 성도들이 있었다. 동독 교회의 상황은 참담했다. 동독 정권은 기독교를 파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동독 교회는 서서히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있었다. 과거 히틀러에게 지지하였던 하나님의 심판으로 분단에 이르고, 자신들은 공산주의 치하에서 혹독한 핍박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독 교회는 회개하면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다시 부르짖기 시작했다. 78년 동독 교회들은 하나 둘 촛불기도회를 개최했다. 처음에는 대도시 교회들을 중심으로 월요일 저녁 7시 교회에 모여 기도를 하고 촛불을 켜들고 거리에 나가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마태복음에 기록된 산상수훈을 마음에 새기면서 그렇게 평화시위를 열었다. 이 월요 촛불기도회는 10년 넘게 계속되었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들으셨다.

그 응답은 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로 나타났다. 그해 여름부터 동독 전 도시에 교인과 시민들이 함께 촛불기도회를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평화와 자유를 열망하는 시민들에게 동독 정권은 발포를 할 수 없었다. 사회주의 정부 각료들은 권좌에서 물러났고, 베를린 장벽과 국경 봉쇄는 해제되었다. 그동안 서독 교회는 동독 교회를 꾸준히 지원했다. 서독 교회와 교인들은 동독 교회와 교인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이웃이 돼 주었다. 공식 보고된 재정 지원만도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독일 분단과 통일을 바라보면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깨달아진다. 그것은 심판과 회복이다. 종교개혁 정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세속화에 몰락해가던 독일 기독교인들, 그들은 영적 분별력을 잃고 히틀러를 지지하기에 이른다. 사악한 지도자는 백성을 전쟁이라는 도탄에 빠뜨린다. 그리고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된다. 동독 지역은 공산주의의 지배에 떨어져 더 혹독한 탄압을 겪는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복역의 시간이 지났다고 보실 때 다시 교회를 들어 사용하셨다. 히틀러를 지지했던 죄과를 회개하는 가운데 서독 교회는 실망하지 않고 동독 교회를 도왔고, 동독 교회는 하나님의 공의를 붙잡았다. 하나님은 공산정권 아래 신음하는 바로 그 동독 교회와 성도를 움직여 통일에 기여하게 하신 것이다. 독일 통일은 어떤 이론으로 접근해도 하나님께서 이루신 대사라는 것 외에 더 훌륭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그의 섭리에 놀라고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추태화(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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