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간 이식받고 다시 목회 현장 준비하는 개척교회 목사 이야기
입력 2010-02-23 15:41
[미션라이프] 지난 6일 조선대학교 병원 수술대에 부자(父子)가 나란히 누웠다. 의료진은 굳어버린 아버지의 간을 잘라내고, 아들의 오른쪽 간 80%를 떼어 아버지에게로 이식했다.
광주 우산동 나누리교회 배효순(47) 목사와 고교 2학년인 아들 사도(17)군 얘기다. 배 목사는 원래 직업 군인이었다. 1986년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사병으로 입대했다가 ‘군대가 좋아서’ 부사관이 됐다. 그는 하나님을 알아가던 95년 광신대학교를 입학했고, 9년 뒤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낮에는 군 복무를 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는 식이었다. 2005년 목사 안수를 받은 배 목사는 그 다음해 상사로 제대한 뒤 곧 상가 건물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93년 헌혈을 했다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그의 간은 빠르게 나빠졌다. 강도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쓰러져 국군병원에 45일간 입원했었고, 2008년 교회 이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병원 신세를 졌다.
배 목사는 지난해 12월 갑자기 복수가 차고 황달이 겹치며 혼수상태에 빠졌다. 병원에서는 간경화 말기라 타인의 간을 이식해야만 살 수 있다고 했다. 간 기증자는 그의 세 아들 중 유일하게 적합 판정을 받은 둘째로 정해졌다. 주사 맞는 것도 꺼릴 정도로 겁 많은 사도군이 “부모님께 받은 몸인데 즐거운 마음으로 부모님께 돌려드리겠다”고 의젓하게 말했을 때 배 목사와 박성은 사모는 눈물을 훔쳐야 했다.
서울 아산병원 의료진이 현지로 내려와 집도한 수술은 오전 9시에 시작돼 11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배 목사는 그날 밤 11시에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병세가 돌연 악화돼 심폐소생술을 받기도 했지만 수술 닷새 후에는 산소마스크를 뗄 수 있었다. 현재 배 목사는 병원 3층 격리 병실에, 사도군은 5층 8인용 일반실에 입원해 있다.
23일 전화통화를 한 배 목사는 아직 기력이 없고, 금방 숨을 헐떡였다. 퇴원 후에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사람 접촉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다시 주신 생명, 현장에 돌아가는 대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데 더 많은 땀을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교회 개척 후 줄곧 해온 침술 봉사도 재개하고 싶다고 했다.
남은 문제는 돈이다. 수술비와 입원비를 합해 6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할 처지다. 주일학교 학생까지 다해도 30명 정도인 개척교회 목사로서는 벅찬 일이다. 박 사모는 “여러 분들이 도와주셨지만 상황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작은 우리 힘으로는 하나님의 역사를 바라며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062-943-2310).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