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45)
입력 2010-02-23 15:24
병뚜껑을 10년만 주워라
‘울고 싶어라’의 가수 이남이씨가 폐암으로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갔다. 고인이 춘천에 오래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설가 이외수 형과의 친분 때문에 나와 그는 꽤 지근한 사이였다.
화천의 ‘감성마을’로 이외수 형을 만나러 갈 일이 생겼다. 전북 완주에서 알코올 중독자 치유 사역을 하는 임효주 목사와 함께였다. 아주 긴 시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 중의 한 이야기다.
“허 목사님. 요즘 젊은 친구들이 저를 많이 찾아옵니다.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하는 생업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입니다. 하루는 어떤 놈이 내게 물었지요. ‘선생님,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거 어렵지 않다. 내일부터 길거리에 나가 병뚜껑을 10년만 주워라. 그랬더니, 그 놈이 성질을 부리며 나가더라고요. 그러고는 얼마 후에 들어와서는 따지듯이 묻는 겁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놈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라! 내가 요즘 방송도 나가고 방송도 진행하다보니 TV를 자주 보는데 거기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가 있더구나. 거기 나오는 사람들을 내가 가만히 살펴보니 대부분 그 일을 한지 4~5년차의 사람들이더라. 너도 알다시피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일이 별거더냐? 타이어 굴리는 일, 밀가루 반죽해서 국수 만드는 일, 붕어빵 굽는 일이 아니더냐? 그 사람들 모두 4~5년 해서 그렇게 되었다. 그러면 10년짜리가 있더냐? 없지? 왜 없는지 아느냐? 같은 일을 10년 한 사람들은 모두 그 방면에 사장이 되어 있기 때문이야. 뭐든지 10년만 해 봐라.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너에게 관심을 주고 집중하게 된다. 그게 이 세상을 사는 길이 아니고 뭐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이 말을 나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습니다. 길거리에서 병뚜껑을 10년쯤 주울 마음을 갖고 삶을 사세요. 그리고 어떻게든 10년은 해보세요. 집중해서 열심히 하세요. 그러면 무엇이 되든 되어 있을 겁니다.
신앙도 이와 같습니다. 하루 아침에 뭔가를 얻으려는 게 아니라, 긴 시간 인내하고 기다림으로 ‘자기를 이뤄가는’ 것입니다.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