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차’ 운영 강승민·우연단 부부 “최고인기메뉴 보쌈, MC들 굶길때 미안”
입력 2010-02-23 17:46
“시장이 반찬이죠. 항상 굶주려들 있으니 뭘 줘도 맛있게 먹어요. 오히려 안 주니까 못 먹지요.” ‘1박2일’ 제작진을 먹여살리는 ‘밥차’의 강승민(65) 우연단(62) 부부는 저녁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후2시 넘어서 욕지도 베이스캠프에 들어온 제작진과 달리 이들은 오전부터 베이스캠프 구석에 자리를 잡고 120인분의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야 ‘밥차’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밥차’를 대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명한 PD는 “‘1박2일’ 제작진이 워낙 대규모고, 촬영현장이 음식점이 없는 오지 위주다보니 ‘밥차’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밥차’없는 ‘1박2일’은 생각할 수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때문에 ‘밥차’ 노 부부는 ‘1박2일’ 제작진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80명의 입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 할머니는 “시장이 반찬이라 잘 먹는다. 전문 요리사가 아니어서 솜씨가 그리 없다. 그냥 최고의 재료와 정성으로 만들 뿐”이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강 할아버지는 “밥차를 운영한 지 6년째인데 ‘1박2일’에 오면 100여명의 식구들이 늘 반겨서 고향에 오는 기분이라 즐겁다”면서 “‘남자의 자격’ ‘미녀들의 수다’ 등 다른 프로그램에도 밥을 해주지만, 여기만큼 반기는 데가 없다. 다들 내 자식 같고 가족 같아서 2주에 한 번 촬영하는 이 날은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웃었다.
‘1박2일’과 함께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그 동안 할아버지 부부가 숱하게 들은 질문은 ‘진짜 MC들 밥을 굶느냐’는 것. 기자의 같은 질문에 강 할아버지는 “멤버들이 ‘복불복’으로 가끔은 아예 굶기도 할 때 안쓰럽다”며 “제작진 몰래 먹이고도 싶지만 워낙 카메라가 쉴틈없이 계속 멤버들을 따라다녀 그럴 수가 없을 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1박2일’팀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에 대해서는 “워낙 다들 잘 먹는다. 언제나 굶주려 있어서 그런 듯하다”며 노 부부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기자가 재차 묻자 ‘보쌈’을 꼽았다. 우 할머니는 “지난 해 9월 영화 ‘해병대’ 촬영 현장에 나가느라 약 한 달 동안 ‘1박2일’을 찾지 못했다. 다시 돌아와서 한 달 동안 나오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보쌈을 해줬더니 정말 음식물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면서 “다들 맛있게 먹으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통영=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