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만의 재정클리닉(3)

입력 2010-02-23 14:07

늘어나는 수입만큼 소비가 늘어나는 경우

“나이 쉰이 가깝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 보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모양은 매 한가지다. 돈은 많이 벌지만 쓰고 나면 흔적도 없다. 지금 일산에 살고 있는 집 한 채도 대출금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커 가는데 오히려 빚은 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답변]

다행히도 틈틈이 적어놓은 가계부가 있어서 이 가정의 과거 수입과 지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수입이 많아질수록 지출도 증가했고 이러한 씀씀이는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녀교육비(과외비), 외식비, 접대비(선물) 등의 지출비용은 평균 이상으로 많았다. 그리고 긴 상담 끝에 지금까지의 과한 소비습관이 나서 자라 온 가정환경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먼저, 남편은 어려서부터 부족한 것 없이 풍족하게 살아왔다. 부모님은 약사셨고 형님들은 치과의사와 변호사였다. 덕분에 무엇을 원하든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 지출하기 전에 무엇을 사야 할지 또 가진 돈이 얼마나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불편한 것 없이 자라 온 남편에게 경제관념이란 없었고, 그저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쓰고 없어도 빌려서 기꺼이 지출했다. 이런 남편에게 빚이 늘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아내는 충청도 온양에서 대학 진학마저 포기할 만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살아왔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밤에는 공부하고 낮에는 일하면서 돈을 벌었다. 쓸 돈이 충분치 않아 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감내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돈에 대한 의사결정은 항상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5년 전 남편과 결혼하면서 소비습관이 바뀌었다. 우선은 남부럽지 않은 고소득 전문직인 형님들과 달리 고졸 학력에 세탁업을 하는 남편이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때만 되면 우습게 비교 당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지금의 형편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그래야 속이 편했다. 또 어느 때부턴가 교회 소그룹이나 동창들 모임에서도 현금 서비스를 받으면서까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항상 먼저 계산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후회했다. 돈이 발휘하는 위력은 아무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돈 걱정 없이 너무 부유하게 자란 것도 문제지만 돈 걱정 하지 않고 살아 본 날이 거의 없는 경우도 문제다. 지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 많은 돈고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가정은 무엇이 위협적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서 지출이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소득의 감소나 중단이 올 수도 있는 극한 상황은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욕망을 위한 소비를 해 온 것이다.

내면의 채움이 필요하다. 아버지 이삭이 그의 형 에서만 사랑할 때 야곱은 그의 마음에 생긴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물질을 갈망하고 생존에 집착한다. 그랬던 그가 그의 내면을 채워 주시는 벧엘의 하나님을 만나며 진정한 채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재정능력에 맞는 삶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예산을 세우고 가혹하리만치 지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녀교육비와 노후자금이라는 만만치 않은 돈을 준비해야 한다. 지출이 소득을 초과해서도 안 되지만 소득의 상한선에서 재정을 운영해서도 안 된다.

“너희 중의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아니하겠느냐 그렇게 아니하여 그 기초만 쌓고 능히 이루지 못하면 보는 자가 다 비웃어 이르되 이 사람이 공사를 시작하고 능히 이루지 못하였다 하리라”(눅 14:28~30)





김진만·보아스파이낸셜클리닉 대표(재정 상담이나 더 많은 자료를 원하시면 cafe.daum.net/boazfn 에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