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12쿠데타에 강한 불만” 외교부 문서 공개
입력 2010-02-23 00:45
1979년 신군부에 의한 12·12 사태가 발생한 직후 미국이 한국 정부와 신군부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고 정치적으로 민간정부를 전폭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사실이 공식 외교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외교통상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979년 문서들을 중심으로 모두 1270여권(18만여쪽)의 외교문서를 22일 공개했다.
당시 리처드 홀부르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는 쿠데타 발생 직후인 13일 김용식 주미대사를 초치,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는 미국 내에서 한국에 불리한 여론이 크게 대두될 것”이라며 “군 체제가 너무 급격하게 변동돼 군 지휘 체계가 동요될 수 있어 김일성이 군사적인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는 13일 최규하 대통령, 14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만난 데 이어 19일 박동진 외무장관을 면담해 “한국군이 미국 측과의 협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대와 사단병력을 자의로 이동해 한미 연합군의 군사적 유효성과 행동의 자유를 지극히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특히 “미 군부는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이러한 불만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부터 미 합참의장을 거쳐 백악관의 최고위층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민간 정부와 상대할 것이며 민간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hundred percent support)”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9일이 지난 28일 다시 박 장관을 면담한 글라이스틴 대사는 “군부 지도자들을 배척하거나 경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톤을 낮췄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