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같은 꿈 애플과 소니 성패 엇갈린 이유는

입력 2010-02-22 18:53


애플과 소니의 2001년 비전은 ‘모든 기기와 콘텐츠의 연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강력한 콘텐츠 유통력과 다양한 기기 라인업을 갖춘 회사로 성장한 반면 소니는 한참 뒤처졌다. 애플이 시장을 읽은 반면 소니는 시장을 예측하려 한 결과다.

LG경제연구원은 22일 ‘애플과 소니의 갈림길’ 보고서에서 양사 명암이 갈린 이유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 애플은 브랜드 가치만 높을 뿐 가진 것이 보잘것없는 회사였고 소니는 기기든 콘텐츠든 모든 것을 지닌 회사였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전략과 실천 방식의 차이로 성패가 엇갈렸다.

소니는 폐쇄적인 전략에 발목 잡혔다. 일례로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은 MP3 대신 자사의 ATRAC이라는 포맷만 지원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반면 애플 아이팟은 맥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쓰는 소비자에게도 아이튠스를 개방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아이폰도 개방형 앱스토어를 열면서 돌풍이 시작됐다. 애플은 경쟁이 적은 시장에서 소비자와 대화할 수 있었지만, 소니는 사업 크기만큼 많은 경쟁자들과 싸우느라 새로운 시도를 할 여유가 없었다.

소니는 시장을 예측하려 했고, 그 예측도 빗나갔다. 모든 기기가 저장매체로 연결된다는 게 소니의 예측이었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콘텐츠의 디지털화로 저장매체의 중요성은 크게 감소하고 말았다.

현재 애플은 2001년의 소니와 비슷한 위치다. 구글, MS 등과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다시 갈림길에 선 것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