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 비췄더니 가게·약도 정보가 즉시 화면에 뜬다… 통신업계, 스마트폰 ‘증강현실’ 서비스
입력 2010-02-22 18:54
22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 스마트폰 모토로이로 명동 거리를 비췄더니 각종 은행과 식당, 커피전문점과 신발가게 등의 이름이 화면에 죽 표시된다. 커피전문점 ‘커피빈’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간단한 약도와 찾아가는 방법, 홈페이지로 연결할 수 있는 창이 뜬다. 전화모양 버튼을 누르자 전화번호가 표시되면서 전화를 걸겠느냐고 묻는다. 사람모양 버튼을 터치하니 다른 이들이 가게에 대해 평가한 짧은 글이 뜬다.
명동성당 정면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성당 건물을 바라봤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 연결을 터치하니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명동성당에 대한 정보가 화면에 표시된다.
SK텔레콤의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오브제’가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실제 상황이다. 공상과학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주인공 로봇이 사람을 쳐다보면 이름과 나이 등 관련 정보가 시야에 표시되는데 이런 장면의 초기 형태인 셈이다.
눈에 보이는 현실에 눈에 안 보이는 다양한 정보를 더해주는 증강현실이 IT 업계의 새로운 수익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고 있고 증강현실 기능을 기본적으로 탑재한 스마트폰도 곧 나올 예정이다.
증강현실이란 용어는 1992년 보잉사에서 처음 사용했던 것이다.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주목받게 된 이유는 스마트폰 확산 덕분이다. 스마트폰은 주변 환경을 찍는 카메라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GPS, 촬영 자세를 감지하는 각종 센서에 복잡한 영상처리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칩까지 증강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 여기에 모바일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상의 방대한 정보에 접근하는데 별다른 제약도 없어졌다.
또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원하는 정보를 필요로 하는 현대인의 소비 성향도 증강현실을 확산시키는 기반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강현실이야말로 즉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제공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드로이드폰 전용인 오브제 외에 자신이 있는 지역에서 가까운 커피전문점 위치를 알려주는 아이폰용 ‘아이니드커피(iNeedCoffee)’와 지하철역 위치를 알려주는 ‘어디야(Odiya)’ 등이 나와 있다. LG전자도 4∼5월쯤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 기본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가 증강현실에 주목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강현실은 무선 인터넷 접속이 필수이므로 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통신사 수익이 커지게 된다. 또 업체를 노출시키면서 광고비를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은행의 ATM 기기 위치를 표시해주고 은행으로부터 수수료 받는 것을 협상하는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려면 500만 화소 이상 카메라와 GPS, 전자나침반 등을 필수 항목으로 정해뒀는데 이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해 광고비를 벌어들이겠다는 속내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은 “지금은 소개 단계”라며 “어느 정도 대중화돼야 본격적인 수익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홍일선 연구원은 “증강현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술역량 확보와 비즈니스 모델 확립이란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 Key Word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增强現實). 눈에 보이는 정보와 보이지 않는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결합해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켜주는 기술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