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전북銀, 흙속의 진주?… 금융위기 속 은행권 최고 순이자마진율
입력 2010-02-22 10:04
전북은행은 만년 꼴찌였다.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조2521억원에 불과해 8조원이 넘어서는 일부 대형 저축은행보다도 작다. 독자 운영되는 지방은행 3곳 가운데 부산은행(자산 규모 32조370억원), 대구은행(30조4798억원)과 비교해도 그 차이가 확연하다. 여신의 95%는 전북 지역에서 이뤄진다.
이런 탓에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 지역에서 그럭저럭 먹고사는 은행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반전이 일어났다. 금융업계에서 전북은행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우리 금융 산업의 선진화를 이야기하면서 전북은행을 ‘한국판 산탄데르은행’이라고 극찬했다. 그동안 전북은행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잘할 수 있는 분야만 한다”=전북은행은 지난해 529억1700만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1962년 12월 설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6.6%, 영업이익은 48.8%나 증가했다. 대부분 시중은행이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더 빛난 성적표였다.
전북은행은 처음부터 탄탄했던 은행이 아니다. 2001년 홍성주 은행장이 취임할 당시에는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지경이었다. 순이익이 60억원, 대출금은 1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취임하자마자 홍 행장은 신탁 업무부터 없애버렸다. 전북은행 신탁 업무 경쟁력으로는 대형은행과 경쟁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어 파생상품 판매는 물론 2006년 열풍을 일으켰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동산 개발에 자금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금융기법)조차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을 살려 지역 특화상품, 서민대출 등으로 눈을 돌렸다. 전북은행 홍보실 김천식 부부장은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 잘할 수 있는 분야만 한다는 전략이었다. 지역 밀착 영업, 수익성을 추구하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국판 산탄데르’를 꿈꾼다=실적이 금방 나타나지는 않았다. 2007년에는 거래하던 중견 건설사 3곳이 부도나면서 수익성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때 임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주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양도성 예금증서(CD) 연동 대출도 없애버렸다.
그리고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산탄데르은행은 스페인 칸타브리아 지방의 주도인 산탄데르에서 영업하던 작은 지방은행이었다. 80년대 스페인 국내은행 순위 6위권에 불과했다. 산탄데르는 선진국 은행들이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투자은행(IB) 업무는 멀리하는 대신 소매금융에 집중했다. 이어 언어와 문화가 비슷한 남미에 진출하면서 세계 6위권 은행으로 급성장했다.
전북은행의 내실경영은 금융위기 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순이자마진율(NIM·이자수익 자산의 단위당 이익률)은 경이로운 상승세를 보였다. NIM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나 수익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전북은행의 NIM은 2008년 1분기 2.74%에서 지난해 4분기 3.68%로 고공 행진했다. 지난해 연평균 NIM은 3.48%로 은행권 최상위 수준이었다.
전북은행은 올해도 소매금융에 집중한다는 전략에 변함이 없다. 맹목적인 업무영역 확장이 위기를 부른다는 교훈을 금융위기 때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만년 하위권 지방은행으로 머무를 생각은 없다. 특화된 소매금융을 무기로 대전 인천 서울 등으로 영업망을 늘려갈 계획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