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내려도 카드사 순익 되레 늘었다… 업계 ‘엄살’ 확인

입력 2010-02-22 18:40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하반기. 카드사들은 서민과 중소 카드가맹점의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카드 수수료를 내려야 했다.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수수료율을 내리면 이익이 급감한다는 카드업체들의 호소가 먹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순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 카드업계가 엄살을 부렸거나 아니면 수수료율 인하가 실제로는 ‘조삼모사’식으로 생색내기에 그친 것 아니었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038억원으로 전년의 2557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신한카드는 8568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신한금융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7457억원)을 추월했다.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 규모는 2128억원으로 전년보다 108억원 증가했다. 현대카드가 대손충당금을 전년보다 500억원 넘게 늘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이익은 이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롯데카드 역시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40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늘렸으나 당기순이익은 2008년의 1380억원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내자 금융 감독당국은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하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 감독당국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순익을 내는 수익 구조가 올바른지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수수료율 추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1분기 중 시행키로 한 현금서비스와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연간 매출액 9600만원 미만인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일단 낮추고 대상을 확대할지 추이를 보겠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다음달 중으로 중소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현행 2.3∼3.6%에서 2.0∼2.4%로, 재래시장 점포 수수료율은 2.0∼2.2%에서 1.6∼1.9%로 낮출 계획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