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이부진 손지갑·이서현 코트 인기 부쩍… ‘나도 그들처럼’ 재벌 패션 따라하기

입력 2010-02-22 21:44


‘그들(재벌)을 따라 하라. 그들(재벌)처럼 보일 것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패션을 따라하면서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는 부류가 늘어나고 있다. 재벌 일가는 아니지만 그들을 따라함으로써 평범한 이들과 구별된다고 믿고, 그러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회적 현상이 일부 부유층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극소수 부유층의 구별 짓기 심리의 일종으로 우월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한 자기과시”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5일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노출된 이후 눈에 띄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백화점엔 이 전 회장이 입은 제일모직 브랜드 ‘란스미어’, 이 전 회장의 큰딸 이부진(40) 호텔신라 전무가 들고 나온 손지갑 ‘에르메스’, 둘째딸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가 입은 ‘지암바티스타 발리’ 코트와 ‘상아’ 핸드백을 찾는 고객 전화가 부쩍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21일 란스미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1% 신장했다고 22일 밝혔다. 1월 매출 신장률(12.5%)보다 1.6% 포인트 높은 것이다.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관계자는 “란스미어는 입점한 지 2년밖에 안 된 브랜드”라며 “시장 형성 초기 단계인데도 고정 고객층이 확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란스미어는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모직이 국제표준 양모등급(975단계) 중 최상급 호주산 양모로 제조하는 브랜드. 이 전 회장은 자사 제품을 입었을 뿐이지만 일부 부유층은 ‘이건희 따라하기’에 나서며 ‘남과 다른 나’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여성들에게 강하게 나타난다. 남자들에 비해 감성소비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상아’ 핸드백(400만원대) ‘지암바티스타 발리’ 재킷(400만원대)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5통 안팎”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 역시 “이 전 회장 일가가 입었던 옷과 똑같은 상품이 있는지, 가격이 얼마쯤인지 묻는 전화가 최근 늘었다”고 밝혔다. 또 이부진 전무가 입은 옷 브랜드에 대한 전화도 걸려오고 있지만 매우 희귀한 브랜드여서 백화점 관계자들도 고객 문의에 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화심리학자 명지대 김정운 교수는 “재벌의 실속이 아닌 겉모습과 동일시하면서 사실은 자신과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과 차별화하려는 심리는 허위의식”이라고 말했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