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한파’ 해운업계 봄 오는 소리
입력 2010-02-22 18:38
1월 컨테이너 물동량 작년 1월보다 26% 증가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 등 해운시황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국내 선사들도 1분기 흑자전환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해운업계가 글로벌 경제회복에 힘입어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벌크선이 주력인 STX팬오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36억원으로 대형선사 중 처음으로 흑자전환 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벌크부문 호조로 수익안정성이 커졌기 때문. 고운임 화물을 조기 확보한 것도 흑자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STX팬오션은 지난해 총 매출에서 석탄, 곡물, 철광석 등 화물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에 달했다.
STX팬오션 측은 22일 “춘절 연휴 후 중국의 철광석 및 석탄 수입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토해양부는 1월 전국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해 1월보다 26% 증가한 약 148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회(TSA)가 지난달 15일부터 아시아∼미주노선에 대해 40피트 컨테이너 개당 부과요금을 400달러 추가한 것도 호재다. 구주 노선과 달리 1년 단위로 운임을 결정하는 미주노선은 지난해 5월 결정된 운임 수준이 예년의 25% 정도로 알려졌다.
미주노선 비중이 60%에 달하는 한진해운 관계자는 “오는 4월 말까지 저운임을 안고 가야 하는 선사들로서는 이번 조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유조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WS지수도 지난해 평균 41.6에서 지난 1월 20일 127.5까지 올랐다.
따라서 국내 선사들의 흑자전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가 818억원으로 3분기(2406억원)보다 크게 개선됐다. 이미 현대상선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3358억원으로 잡았다.
국내 최대 유조선단(26척)을 운영 중인 현대상선 측은 “최근 컨테이너부문과 특히 유조선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황이 바닥을 친 만큼 1분기 턴어라운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가 1621억원으로 3분기(2487억원)보다 줄었다.
해운사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한진해운은 오는 5월부터 동북아 주요 항만 중 하나인 대만 가오슝 터미널을 기존 1개 선석에서 3개로 확장,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늘리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102% 늘어난 5176억원으로 잡고 선박 및 항만시설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STX팬오션은 올해 벌크선 등 신조선 17척을 인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억 달러 이상 신규투자를 하기로 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