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판의 도요타 사태” 발칵… 日 원폭 투하 인기 논픽션 거짓 발각

입력 2010-02-22 18:31

미국 사회가 이번엔 출판계의 ‘도요타 사건’으로 시끄럽다.



문제의 책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다룬 찰스 펠레그리노의 논픽션 ‘히로시마로부터의 마지막 열차’. 지난달 출간 이후 ‘진지하고 권위 있는 책’이라는 뉴욕타임스(NYT)의 극찬을 들으며 단숨에 논픽션 부문 24위에 올랐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으로부터 영화화 제의도 받았다.

그러나 저자가 조지프 푸오코라는 정찰기 조종사의 증언을 토대로 썼다는 이 책은 출간된 지 한 달이 못돼 사실 왜곡 논란에 직면했다. 2009년 84세로 사망한 푸오코는 원폭 투하기인 B29를 호위하는 정찰기 2대 중 한 대에 자신이 탑승했다고 주장했다. 정규 조종사인 제임스 콜리스가 병이 나는 바람에 그를 대신했다는 것이다.

콜리스는 1999년 사망했고, 유족은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푸오코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증거로 당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에게서 받은 메달 등 콜리스의 역사적 비행 증거물들을 제시했다. 콜리스와 함께 비행했다는 생존 승무원 2명도 나왔다고 NYT가 21일 보도했다.

푸오코가 밝힌 비화도 속속 거짓으로 드러났다. 책에는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폭이 서태평양의 한 섬에서 행해졌던 실험 때 방사능 누출로 과학자 1명이 죽고, 성능도 반감됐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원폭을 만든 뉴멕시코 로스 알라모스 실험실 측은 당시 어떤 사고나 기술적 결함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역사학자 로버트 노리스는 “이 책은 출판계의 도요타”라면서 “출판사는 책을 리콜하고, 사과하며, 역사 왜곡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 펠레그리노는 “너무 충격적이다. 그는 수많은 자료와 사진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속은 것 같다”며 “하지만 역사는 잘못돼서는 안 되기에 책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