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미학자 서울대 김문환 교수 정년퇴임 “예술은 인간 삶의 꽃”
입력 2010-02-22 18:28
한국미학회장, 한국연극학회장,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을 지낸 한국의 대표적 미학자 김문환(65) 서울대 미학과 교수가 25일 정년퇴임 한다. 22일 김 교수를 서울 신림11동 자택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오후에는 세종문화회관에 연극 공연을 보러 가야 한다”며 인터뷰를 서둘렀다.
“청년 시절부터 예술은 인간 삶의 꽃이고, 그 꽃을 피우는 토양은 사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꽃은 스스로 피지 않으니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해야 비로소 예술을 아는 것이지요.”
예술이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사회미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김 교수는 문화운동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 때에는 개·폐회식 기획 상임위원을 맡아 일했다. 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의 가사를 쓴 사람이 바로 김 교수다.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기억하는 굴렁쇠 어린이, 성화 점화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굴렁쇠를 굴리는 것은 동양화의 여백을, 성화 점화는 한국의 설화를 상징화해 만든 장면입니다.” 김 교수는 “예술과 사회의 연결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였고,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기회였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폭력의 미학’ ‘침실의 미학’처럼 미학이라는 말이 아무 데나 붙어 쓰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처음 미학을 가르치던 83년, 강의실에 온 여학생들은 “화장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대중이 미학을 바르게 이해하게끔 하기 위해 학자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학이란 자연을 정복이 아닌 관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학문, 아름다움이 주는 가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84년 임용된 뒤 26년간 몸담은 서울대를 떠나지만 김 교수의 연구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2005년 성공회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으며 성공회대의 1호 박사가 되기도 했다. 이제 김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모아 새로운 시대의 미학으로 ‘환경미학’을 제시할 계획이다.
“꽃피는 4월이 오면 고별강연 대신 후배들을 불러 한바탕 노래잔치나 열까 합니다.” 오랜 교수 생활을 정리하는 노학자는 소탈하게 웃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