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김태호 경남지사

입력 2010-02-22 18:22

아리송하긴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지난달 따 놓은 당상인 도지사 자리를 갑자기 포기한 이유 말이다. 그는 순수한 결단이라고 했으나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똥통을 메야 했던 어린 시절과 서울 봉천동 비 새는 전셋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야 했던 어려운 시기를 거쳐 최연소 기초단체장, 최연소 광역단체장이라는 영예를 거머쥔 그의 화려한 인생역정은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친이계의 대표적 인물인 이방호 전 의원에 이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남도시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또다시 김 지사의 향후 거취 문제가 관심이다. 분석은 상반된다.

하나는 김 지사가 여권 주류의 차기 대선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 직후부터 제기됐던 여권 주류와의 밀약설과 일맥상통한다. 친박계로 분류되던 김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세종시 수정안이 잘 추진돼야 한다”며 박 전 대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밝힌 점, 본인의 의도야 어찌 됐든 친이계가 경남지사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점 등 근거는 적지 않다.

김 지사와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으나, 김 지사가 조만간 입각해 중앙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권 일각에서 다시 대두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지사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2012년이면 만 50세가 된다. 끊임없이 도전을 거듭하면서 ‘한국의 케네디’라는 그럴듯한 별칭도 있다. 차기 대선후보감이 여의치 않은 여권 주류와 김 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반면 김 지사는 개인비리로 그만둔 것일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는 해석이 있다. 그는 2007년 미국 뉴욕에서 박연차씨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1년여 곤욕을 치렀다. 검찰이 김 지사에 대해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달 8일. 그로부터 17일 뒤에 김 지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짧은 시차를 감안할 때 김 지사의 불출마는 ‘박연차 게이트’ 때문이지, 여권 주류와의 밀약설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전자든, 후자든 아직은 말 그대로 설(說) 수준이다. 하지만 빠르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늦어도 지방선거 직후가 되면 어느 쪽이 맞는지 가려질 것 같다. 김 지사가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전진을 기약하기 힘들어 불가피하게 후퇴를 결심한 것인지.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