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한국관광 서포터스

입력 2010-02-22 18:19


우리는 붉은 티셔츠로 상징되는 2002년 월드컵의 응원문화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탄생한 월드컵 서포터스는 한국은 물론 모든 참가국 팀들을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경기장과 광장, 거리를 가득 메운 수백만 시민들의 열광적이고 질서정연한 응원은 TV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고 한국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서포터(supporter)는 국부나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 선수가 착용하는 보호 장구로 후원자를 뜻한다. 월드컵과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의 성공적 서포터스 활동 덕분에 한국의 서포터스 문화는 기업 마케팅, 소비자 운동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에도 서포터스 개념이 도입돼 관광 한국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셉 뮬너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등 15개국 주한 외국 대사를 비롯해 대학생 등 100여명이 지난 주말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전남 순천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서포터스 활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한국 최대의 녹색관광지로 꼽히는 순천만과 낙안읍성 민속마을 등을 둘러보고 관광공사 및 순천시 관계자들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 등에 대한 자문과 토론의 장을 가졌다.

이름조차 생소한 한국 관광 서포터스는 지자체의 축제, 관광자원 개발, 홍보 및 마케팅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조직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내놓은 아이디어로 사회 각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와 전문가, 관광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 등 내외국인들로 하여금 해당 지자체의 관광 매력을 입소문을 통해 널리 전파해보겠다는 참신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관광공사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까지 순천 문경 등 전국 50개 지자체에 50명씩 서포터스를 배정키로 하고 이미 1500명을 모집했다. 순천시에 이어 3월 중에는 경기도 고양과 경북 문경을 방문하고, 4∼5월에는 한국관광 서포터스 세미나와 발대식을 갖는다. 이번 순천 행사는 한국 관광 서포터스의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그 가능성을 짚어보는 자리였던 셈이다.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관광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연초부터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 850만명을 유치하고 관광수입 95억 달러를 달성해 관광적자를 해소하겠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한국 관광 서포터스는 한국 관광의 매력을 널리 홍보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사절을 비롯해 주한 외국인들이 서포터스 역할을 해주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회 각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지자체 관광자원을 널리 홍보하면 국내 관광도 활성화될 것이다. 한류스타 배용준을 보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에서 관광객들이 쇄도하고, 1박2일 프로그램에 소개된 관광지가 뜨는 것도 이들이 강력한 서포터스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포터스 행사가 끝난 뒤 관광공사와 순천시 관계자는 관광 전문가와 대학생들의 신선한 시각이 바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고 현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관광공사가 틀을 만들고 카페를 통해 자발적으로 운영될 한국 관광 서포터스의 활동에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한국 관광 서포터스에 대한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이다. 그동안 일부 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홍보대사를 임명하고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서포터스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자치단체장과 사진 한 장 찍고 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한국 관광 서포터스가 이번에는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박강섭 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