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본무 회장 15년의 LG그룹
입력 2010-02-22 18:54
LG그룹은 어찌 보면 불운하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거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한다. 자산규모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준에 따르면 LG의 재계 순위는 4위다. 그러나 GS와 LS를 분리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문인지 모르지만, 국민 정서적으로는 아직 LG는 2위다. 금메달의 그늘에 가린 은메달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LG의 기업문화를 좋아한다. 피를 나눈 형제끼리도 이권을 위해 치고받는 재벌가에서 LG는 창업동지인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이 2005년 한마디 불협화음 없이 그룹을 분리했다. 욕심내지 않고 서로 양보하며 이뤄낸 계열분리를 사람들은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표현했다.
재벌기업들이 순환출자 방식을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LG는 지주회사 경영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00년 7월 작업을 시작해 3년 만인 2003년 통합지주회사인 ㈜LG를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계열사 중심의 자율경영체제를 확립시켰다. 한국의 기업경영 풍토에서 매우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다.
LG에 근무하는 임직원이나 LG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이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인화(人和)라는 기업이념답게 LG는 인간 존중과 상생 경영을 중시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기려고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어제 취임 15주년을 맞았다. 고 구인회 창업주의 맏손자로,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에 이어 1995년 2월 22일 제3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전 30조원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125조원으로 4배 이상 성장시켰다. GS와 LS, LIG그룹을 모두 계열분리하고도 달성한 성과다. 성장 과정에서 특혜시비나 총수 일가족의 비리 등 잡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LG 같은 기업이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인간 중심의 정도(正道)경영을 하는 기업이 더 잘된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