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율형 사립고에 뻗친 不正
입력 2010-02-22 17:56
서울시 교육청이 자율형 사립고 입시 전형에 대해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올해 자율고의 입학 전형 과정에서 자격이 안 되는 일부 학생이 사회적배려대상자용 교장추천서를 편법으로 받아 합격한 사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원의 20%를 뽑는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및 차차상위 계층 자녀, 기타 학교장이 추천한 빈곤가정 학생 등만 지원할 수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특별 전형이다.
그 취지는 매우 좋다. 문제는 선발 방식의 허술함이다. 이 전형 응시자는 학교장 추천서만 내면 되고 별도의 증빙 서류가 필요 없다. 학교 측과 학부모가 공모하면 얼마든지 부정 추천이 가능하다. 애초부터 부정 발생 소지를 안고 있었지만 추천서의 적격 여부를 가릴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뒤늦게 해당 교육청이 이 전형에 학생을 추천한 학교장들을 불러 추천 사유서를 받는다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느낌이다. 제도 시행 전에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점이었는데도 대비책을 세워놓지 않은 교육 당국의 무신경과 안이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율형 사립고 육성은 고교 다양화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 강화, 외고 입시에서 빚어진 사교육 과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인기는 지난해 입증됐다. 서울 목동의 한가람고 일반전형 경쟁률이 9대 1, 일원동의 중동고 일반전형 경쟁률이 5.27대 1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13개 자율형 사립고가 운영 중인 서울에선 지난 15일 8곳이 새로 선정됐다. 2012년엔 전국에서 100곳의 자립형 사립고가 생길 전망이다.
이런 중요한 교육개혁 프로젝트가 초반부터 입시 부정으로 얼룩져선 안 될 일이다. 교육 당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어떤 학생이 어떤 방법으로 추천 받았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만약 부정이 발견되면 해당 학생의 입학 취소는 물론 관련 당사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온갖 비리로 교육계가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또 이런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