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김현욱]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대비해야

입력 2010-02-22 17:57


얼마 전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방문과 함께 불거진 이슈는 전시작전통제권 한국 이양 문제였다. 현재 2012년 한국으로 넘어오게 될 전작권과 관련, 캠벨 차관보는 한국 내 우려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향후 이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한국 내 분위기를 야기시켰다.

하지만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국방정책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얼마 전 발간된 4년 주기 국방검토 보고서(QDR)를 보면 미국의 국방정책은 이미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환경

첫째, QDR에서는 새로운 세력 부상과 힘의 분산, 비국가 행위자의 영향력 증가, 대량살상무기 및 기술의 확산, 새로운 사회경제적 도전 등을 안보적 위협으로 들고 있으며, 이러한 유동적인 위협을 하이브리드 위협이라 칭했다.

둘째로, 이러한 전략환경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의 압도적 승리, 분쟁의 예방과 억지, 적의 격퇴, 그리고 군의 보전 및 강화라는 네 가지 국방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목적 합동전력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셋째, 이러한 국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방부는 동맹정책을 ‘지역중심 분할’에서 ‘세계적 연계망’ 구축으로 바꾸고 주한미군을 전진배치(forward-deployed)에서 전진주둔(forward-stationed)으로 재설정했다.

이와 같은 QDR 내용이 한국과 어떤 식으로 관련되어 있는가? QDR은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 3년 근무제가 정착되는 3∼4년 후 한반도를 사실상 비전투지역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후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을 해외에 배치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 한·미 동맹의 억지력 강화를 위해 보다 환경적응적이고 유연한 한·미 연합태세를 밝히고 있으며, 2012년 한국으로의 전작권 이양과 한반도에서 한국군의 주도적 역할 강화를 명시하고 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도 작년 12월 12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토론회에서 주한미군이 미래에 좀더 지역적으로 개입하고 전 세계에 배치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한미군을 한국 방위에서 벗어난 기동군으로 바꾸는 것은 부시 행정부 때부터 추진한 국방 변환의 핵심이다. 이는 냉전 종식 이후 해외주둔 미군을 고정된 거점 방위에서 전략기동군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며, 불량국가와 테러지원세력 등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함을 그 목적으로 했다. 즉 전작권 전환은 전 세계 미군을 신속히 재배치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QDR에서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한·미 간 전작권 이양 문제는 단순히 한·미 간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 국방 전략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전작권 재협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6월 ‘2+2 회의’ 중요하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QDR과 동시에 발간된 탄도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BMDR)를 보면 더욱 더 명확해진다. 즉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된 위협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을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탄도미사일방어(BMD) 체제 참여 관심표명 국가로 분류하고 한국의 BMD 체제 참여를 적극 촉구하고 있다. 즉 한국의 BMD 체제 참여를 한·미 간 이슈가 아니라 포괄적인 미국의 국방정책 내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전작권 이양의 연기 및 재협상 가능성보다 미국의 새 국방 전략에 대비할 때다. 주한미군 차출 시 대북 억지력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과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충돌 등에 투입돼 원치 않는 지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의 차출 규모, 해외활동 시한, 병력대체 또는 대체전력 투입 등의 방안 마련을 위해 한·미 간 실무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 6월 ‘2+2회의’는 이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김현욱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