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목사가 감리교회관에서 노숙금식하는 이유
입력 2010-02-22 16:55
[미션라이프] 22일 오전, 대전에서 상경한 50대 목회자가 서울 태평로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남재영(54) 빈들감리교회 목사. 이날 새벽기도회가 끝난 뒤 무궁화 열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26일까지 금식하며 노숙 기도를 잘 작정이라고 한다. 옅은 황토색 점퍼 차림의 그는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고 참회하는 사순절 기간, 시름하는 감리교회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대전·충남기독교연대 상임대표이자 대전 YMCA 경영혁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5일간 남 목사가 지낼 매트 위에는 성경과 침낭, 물병이 놓여 있었다. 뒤편 유리벽에는 ‘주님, 어머니 감리교회를 성결하게 하소서’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남 목사는 “1년 반 가까이 진행된 감리교 사태는 고통스럽지만, 하나님이 감리교회를 새롭게 하기 위해 주신 절호의 기회라 믿는다”며 “이 거듭남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상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이렇게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고 얘기할 수 있지만, 감리교 목사로서 최소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남 목사는 “정치적으로 감독회장, 즉 교권을 누가 잡을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불행한 일이고 사태를 해결할 수도 없다”며 “감리교회를 타락하게 만든 금권과 폭력을 어떻게 근절하고, 감리교회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방향성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상황에 침묵하고 있는 젊은 목회자들을 보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날 오후 조언정(강화 무학교회) 목사도 노숙 기도에 합류했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