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품을 때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호주판 오체불만족 닉 부이치치
입력 2010-02-22 00:16
“용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용기를 보여줄 수 없는 사람, 사랑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랑을 줄 수 없는 사람이 장애인입니다. 희망을 품을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할 생각에 설렙니다.”
팔다리를 갖지 못한 채 태어난 ‘호주판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 닉 부이치치(28)씨가 사회복지단체 사랑나눔재단 초청으로 21일 한국을 찾았다. ‘오체불만족’은 그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일본의 오토타케 히로타다가 쓴 책 제목이다. 부이치치씨는 지금 세계 곳곳을 다니며 희망을 설파하고 있다.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 묵고 있는 부이치치씨는 “장애는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존귀한 사람이라고 믿고 절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이치치씨는 1982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테트라-아멜리아병으로 팔다리 없이 발가락 두 개가 달린 발 하나만 왼쪽 허벅지 부근에 달려 있었다.
“8세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제 몸이 남과 다른 줄 몰랐어요. 학교에 가 보니 친구들이 놀리더군요. 그때서야 가족 모두 팔다리가 있는 것을 보고 제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죠.”
당시 부이치치씨는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물을 채운 욕조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발견해 목숨을 건졌지만 두 번 더 자살을 기도했다. 그가 절망을 극복하는 데는 부모의 역할이 컸다.
부모는 아들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보내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도록 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장애를 딛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여주셨어요. 그리고 성경에서 시각장애인을 고친 예수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도 아니라는 것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부이치치씨는 13세 때부터 차츰 장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비영리 단체 ‘사지 없는 삶(Life without Limbs)’을 만들고 4개 대륙 12개국 이상을 다니며 희망을 전했다. 그는 28일까지 서울 온누리교회 등 전국 곳곳에서 강연을 한다. “청소년에게 자존감과 희망을 북돋우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꿈을 주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