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세종시’ 문제 왜 타협 못할까

입력 2010-02-21 18:26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개월째 세종시 수정과 원안 고수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 중이다. 정치권과 여론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직접 풀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으나,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타협이 불가능한 두 사람의 내면에는 ‘소신의 승리’라는 경험이 깃들어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주위의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 신화를 이뤄냈다. 청계천 사업에 참여했던 당시 서울시 간부는 21일 “처음 청계천에 나가보니 정말 막막했는데, 이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열심히 하다보니 되더라”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주변의 반대를 뚫고 소신을 밀어붙인 경험담을 자주 얘기한다. 이 대통령은 최근 서울 서초동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의 예를 들었다고 한다. 전임 고건 서울시장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 대통령이 시장 취임 이후 공원과 도로를 건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임 시장의 계획을 바꾸면 안 된다’는 반대가 많았으나, 이 대통령은 ‘건설사만 좋게 해준다. 주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변경을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게도 ‘사학법 반대 투쟁’이라는 소신의 추억이 있다. 집권당인 열리우리당은 2005년 12월 사학법을 직권상정해 처리했다. 당시 대표였던 박 전 대표는 곧바로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다.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조차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한나라당이 무슨 장외투쟁이냐”는 비아냥도 있었고, 국회 등원에 대한 여론의 압박도 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추운 겨울에도 장외투쟁을 계속했고, 결국 여야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3개월 만에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합의하게 된다. 박 전 대표는 주변의 반대와 한나라당의 체질이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학법 재개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됐다. 2004년 17대 총선의 ‘한나라당 천막당사’ 역시 “쇼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상징물로 기억됐다.

문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소신이 매우 확고하다보니,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는 ‘세종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 대통령의 소신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의원의 소신도 박 전 대표의 소신에 막혔다. 박 전 대표는 모든 절충안에 대해 ‘노(No)’라고 밝혀 왔다. 한나라당 중진의원은 “두 사람 모두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