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작전 성공 여자는 실패… 금·은 갈렸다

입력 2010-02-21 22:18


쇼트트랙 작전에서 남자는 성공했지만, 여자는 실패했다. 거기서 금, 은메달이 갈렸다. 한국 남자와 여자 선수들은 정반대로 결승 레이스를 했다.

21일(한국시간)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여자 1500m 결승이 벌어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먼저 벌어진 여자 1500m 결승에 나선 선수는 한국 3명을 포함해 총 8명이었다. 반면 중국은 저우양(19) 1명이었다. 그러나 금메달은 중국에 돌아갔다.

총 13바퀴 반을 도는 여자 1500m 결승에서 한국은 4바퀴를 남기고 박승희(18·광문고)가 1위, 이은별(19·연수여고)이 2위로 달리고 있었다. 금메달을 딴 저우양은 바로 뒤 세 번째 선수로 달렸다.

그런데 저우양이 갑자기 폭발적인 스퍼트를 내며 박승희, 이은별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저우양은 박승희를 제치더니 한 번 더 가속을 붙여 박승희를 5∼6m까지 앞서나갔다. 저우양의 승부수였다.

저우양은 어차피 한국 선수 2명과 금, 은, 동메달을 다투게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차라리 일찍 승부를 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을 1∼2m 정도 약간 앞서는 게 아니라 5m 이상 확실하게 앞질러줘야 막판 결승선을 앞두고 충돌과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두 그룹에서 중국(1명)이 한국(2명)보다 수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승희, 이은별은 저우양의 승부수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저우양은 한국 선수들을 멀찍이 앞질러 간 뒤 거의 동일한 간격을 유지하며 여유 있게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다. 만약 박승희, 이은별 2명 모두 저우양을 볼 수 없는 위치인 앞에 있지 않고, 한국 선수 1명은 선두를 달리더라도 다른 1명이 저우양을 ‘감시’하며 레이스했다면 그런 압도적 패배는 피할 수도 있었다. 저우양을 놓친 한국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순위 경쟁을 벌여 이은별이 은메달, 박승희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은별은 경기 뒤 “변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 다른 선수(저우양)에게 너무 쉽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남자는 반대였다. 모두 9바퀴를 도는 남자 1000m 결승에서 한국은 4바퀴를 남긴 상황까지 이호석(24·고양시청) 이정수(21·단국대)가 총 5명 선수 가운데 4, 5번째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호석이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기존 대열이 깨지기 시작했다.

쇼트트랙은 한 선수가 앞으로 치고 나가면 선수들간 간격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순위가 재정리된다. 이호석이 선두로 나서며 혼전이 생기자 이정수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2위까지 올라섰다. 미국의 안톤 오노(28)와 캐나다 선수 2명은 한국 선수들이 선두권으로 나선 뒤 스피드를 내자 더 이상 따라오지 못했다. 이호석과 이정수는 1, 2위로 달리다가 막판 스퍼트에서 앞선 이정수가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정수는 “초반은 우리가 생각한 레이스 구도가 아니었지만 호석이 형이 먼저 치고 나가주는 바람에 나도 선두권으로 나갈 수 있었고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밴쿠버=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