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관왕 오른 이정수 “초반 레이스에 당황… 꿈만 같아요”
입력 2010-02-21 18:08
밴쿠버 동계올림픽 2관왕에 오른 이정수(21·단국대)의 첫마디는 “꿈만 같아요”였다.
이정수는 “현실이 아니라 어디 다른 세상에서 금메달을 딴 것 같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사진보다 얼굴 색깔이 훨씬 더 하얀 이정수의 볼은 약간 상기돼 있었다.
21일(한국시간) 금메달 레이스 직후 퍼시픽 콜리시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정수는 10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어린이 같았다. 너무 좋은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정수는 결승 레이스 상황부터 설명했다. “오늘 레이스는 원래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다”고 했다. 보통 이정수는 초반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경기 운영을 하는데 이날은 4바퀴 남긴 지점까지도 후미에서 경기했다.
이정수는 “호석이 형이 일찍 앞으로 나가주는 바람에 외국애(선수)들 체력 소모가 많아졌다. 그 덕분에 나도 쉽게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며 이호석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호석을 의식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호석이 형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정수는 “이번 대회 전에 AP통신에서 내가 1500m에서 금메달을 먼저 따고 1000m에서도 금메달을 가져갈 거라고 했는데 그대로 돼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이정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전 덕분에 밴쿠버 1호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덜 하다고 하자 “원래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곧이어 머리를 뒤로 젖히며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요. 카메라, 아! 어지러워요”라고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메달리스트 플라워 세리머니 뒤 꽃다발을 관중석에 던진 이정수는 “관중들께서 달라고 하셔서 그냥 눈 감고 던져드렸다”라고 했다.
이정수의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이호석이 바로 옆에서 은메달리스트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정수는 본인 인터뷰가 끝난 뒤 빠져나가면서 이호석에게 “형, 먼저 가 있을 게요”라고 했다. 이정수는 이날 막판 결승선 통과 직전 선배 이호석을 제쳤다. 약간 미안스러워하는 듯했다.
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