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분담금 받으며 금융사 위에 군림”

입력 2010-02-21 22:31


최근 국민은행 전산개발팀장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의 ‘강압적 검사’ 행태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21일 “투명한 금융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업무 감사에 매진해야지 군림하는 듯한 태도로 목적성 감사에 매달려서는 곤란하다”며 최근 국민은행 감사에서 드러난 금감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자신들이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이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총 수입은 금융회사들이 내는 감독 분담금과 증권발행 분담금, 한국은행 출연금 등의 운영수입 및 그 외 수입으로 구성된다. 그 가운데 금융회사 분담금 비중은 90%를 넘는다. 2008년 금감원 총 수입액 2379억원 가운데 감독 분담금 1725억원(72.5%)과 발행 분담금 475억원(20.0%)이 92.5%를 차지했다. 2005년 85.4%에서 3년 사이 7.1% 포인트 증가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금융회사가 낸 돈으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2008년 금감원 직원의 평균 급여액은 8812만원으로 같은 해 국내 4대 시중은행(5494만원)과 10대 증권사(7019만원)보다 각각 3318만원, 1793만원 더 받았다. 금감원보다 급여가 많았던 곳은 한국투자증권(9019만원)뿐이었다.

A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조직 운영비를 책임지는 등 금감원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인데 금감원 검사 행태는 한 마디로 안하무인 격”이라며 “검사 강도를 낮춰달라는 게 아니라 갑(甲) 위치를 과시하는 듯한 초고압적 태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는 금융회사가 감추려는 허점을 잡아내려는 작업인데 피검기관의 편의만 봐줄 수 없다”며 “막말이나 폭언은 하지 않고 수검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강압 검사 논란이 식지 않자 금감원은 검사 전 과정을 재정비키로 했다. 금융회사 검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마련한 ‘검사품질 제고 로드맵’의 과제별 시행 계획을 앞당겨 추진할 방침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금융회사 검사 때 금감원 부서장이 경력과 능력, 태도 등을 평가해 부적격한 검사역을 제외하도록 했다. 금융회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창구를 일원화하고, 검사 과정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 해당 금융회사 임직원으로부터 무분별하게 확인서를 받지 않도록 해 검사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검사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모든 검사 과정을 전산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검사 과정에 대한 평가 작업도 강화된다. 금감원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내부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분기마다 금융사 검사 전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키로 했다. 점검한 내용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금융감독평가위원회에서 재평가할 계획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