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한·미관계 조율… 헤이그 前 미 국무 숨져

입력 2010-02-21 19:29

알렉산더 헤이그(85)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새벽(현지시간)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AP통신이 가족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고인은 지난달 말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4성 장군 출신인 고인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국무장관을 맡으며 1980년대 초 격동의 한·미 관계를 조율해 왔다. 최근 기밀 해제된 미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취임 직후 첫 외국 정상으로 미국에 초청했을 때 한국 정부는 미국의 정치적 지지 문안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 했고, 고인이 이를 무산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미 육군사관학교를 47년 졸업해 군생활을 시작했고,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참모로 6·25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리처드 닉슨 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냈으며,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했을 땐 백악관 비서실장으로서 사태 수습에 힘썼다. 74년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설득한 주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땐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총사령관으로 70년대 말까지 군생활을 했다.

고인은 88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 경선에 출마하며 대권 도전에 나섰다가 중도 포기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