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문 투성이 KB 전산팀장의 죽음

입력 2010-02-21 21:36

국민은행 전산개발팀장 노모(47)씨의 자살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대형 은행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가족을 뒤로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부터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노씨는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서울 서강대교 남단 한강 둔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변에서 추정하는 자살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가 끝난 직후였다는 점에서 무리한 검사가 원인이라는 것과, 4개월 전부터 새로운 전산망 구축 작업을 하면서 누적된 극심한 스트레스가 자살을 불러왔다는 해석이다.

금감원은 강압적인 조사는 없었다며 연관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 일부 관계자는 노씨에게 상당한 압박과 모욕이 가해졌다고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차세대 전산 시스템 채택 과정의 사외이사 외압설을 밝혀내기 위해 무리한 검사를 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런 이유가 작용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중한 업무 부담도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노씨는 새 시스템 구축을 위해 설 연휴 내내 부하 직원들과 합숙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심지어 금감원 검사 때문에 차질이 우려되자 “차라리 검사기간을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상사에게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산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량에다 잘못되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 반면 은행 내 인식과 대우는 좋지 않아 불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개발이 마무리된 시점에 자살한다는 것도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가 국민은행 내 전산 인력들을 자회사로 이동시키는 안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어쨌든 노씨 자살에는 새 전산망 구축과 금감원의 검사가 어떤 형태로든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이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이처럼 공적인 사안과 연관된 것이라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문책토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