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금만 깎아준다고 능사 아닌데
입력 2010-02-21 19:21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며 세금은 나라살림의 원천이다.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을 목표로 한 세수 기반 확충은 국민 각자의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원을 마련해 적자 재정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종종 세금 감면에 더 열을 올린다. 지금 우리 국회가 그렇다.
세금은 부(負)의 재화이기에 감세를 싫어하는 납세자란 없다. 정치가들이 노리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납세자가 곧 유권자 아닌가. 일부 정치인들은 세금 깎는 것을 최상의 의정활동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바로 감세 포퓰리즘이다.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조세법안 28건 중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것은 20여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비용 추계를 첨부한 6개 법안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연간 1조원, 비용 추계를 첨부하지 않은 법안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감세안을 싸잡아 비판하기는 어렵다.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한 소득공제, 자녀공제 및 육아·교육비 공제 폭 확대 등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궁리를 폄하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봇물처럼 쏟아지는 감세안이 계속되고 있는 적자재정 현실과 재정건전성 위기 극복과 어떻게 연관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방책도 예산의 뒷받침이 없다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만약 무리해서 추진한다면 적자재정은 악화될 것이고 그 피해는 온 국민에게 전가될 뿐이다. 국회의원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정부 또한 감세 포퓰리즘에서 초월적이지 않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부자감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최근엔 양도세 감면조치 연장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미분양 주택 해소가 목적이라지만 지난 11일 종료된 것을 뒤늦게 연장 운운하는 것은 효과도 확실치 않고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감세가 필요한 곳은 분명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부나 국회가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총체적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 조율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개별적인 감세안에 휘둘리다간 재정건전성 회복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