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뚝심과 요령… ‘수능 고수’ 누구나 될 수 있다
입력 2010-02-21 22:13
EBS 스타강사 4인이 말하는 영역별 고득점 전략
다음달 개학과 함께 고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과 재수생들은 본격적인 대입 수험 레이스에 돌입한다.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주요 변수는 EBS 수능 강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스타강사를 대거 투입해 EBS 강의 수준을 높였다고 자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EBS 강의 내용을 수능시험에 대폭 반영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EBS가 수험생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본보는 20일 서울 도곡동 EBS 사옥에서 EBS가 자랑하는 스타강사 4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매년 공모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국가대표급 현직 교사다. 이들로부터 영역별 학습 전략, EBS 강의의 강점 등을 들어봤다.
언어영역… 장희민 (서울 하나고) “오답노트는 세상에 하나뿐인 족집게 노트”
언어영역은 학생들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영역이다. 장희민(38·여·서울 하나고) 교사는 “취약한 문제 유형에 대한 분석 없이 문제풀이에만 몰두해 생기는 현상”이라며 “지문은 달라져도 문제 유형은 언제나 똑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사가 내놓은 언어영역 처방전은 오답노트다. 그는 오답노트를 ‘세상에 하나뿐인 족집게 노트’로 정의했다.
“모의고사를 볼 때 문제집에서 보지 못한 지문이 등장하면 학생들은 ‘언어영역은 공부량과 관계가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점수도 잘 오르지 않죠. 하지만 1학년 때부터 풀어온 문제들을 다시 보면 자신이 특정 유형의 문제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답노트를 통해 기출문제를 되새김질하면서 취약했던 부분을 완벽히 소화해야 돼요.”
장르별 공략법도 소개했다. 시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느끼고 있는 정서를 중심으로 읽어나가고, 소설은 중심인물과 주변인물의 관계에 중점을 두라고 했다. 비문학 지문은 글쓴이의 의도와 함께 각 문단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것을 조언했다.
장 교사는 무엇보다 EBS 강의를 ‘완강’(연속된 강의를 모두 들어 끝내는 것)해 줄 것을 당부했다. 수준에 맞는 강의를 선택해 개념과 문제풀이, 마무리 학습까지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친구 중 누군가 ‘이 수업이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주관을 가져야 합니다. 끈질긴 사람이 승리합니다. 소처럼 성실한 자세로 뚜벅뚜벅 계획대로 실천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수리영역… 심주석 (인천 송도고) “개념정리→ 유형분석… 공부도 순서가 있다”
수리영역에 대한 심주석(39·인천 송도고) 교사의 전략은 명쾌했다. 그는 “수리영역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정이 정해져 있는 영역”이라고 단언했다. 개념정리, 문제유형 분석, 기출문제 풀이와 마무리 학습으로 구분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면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능을 당장 6월에 보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학생들을 보면 너무 조급해합니다. 중·하위권 아이들은 개념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무조건 따라하려고만 해요. 개념부터 확실히 잡아야 합니다.”
문제풀이도 비법이 있다. 무조건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핵심 유형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게 효과적이라고 심 교사는 귀띔한다. 계산을 할 때는 최대한 간단히 풀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라고 강조했다. 계산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틀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문제집으로는 EBS 교재를 추천했다. 매년 부분 개정되는 일반 문제집과 달리 EBS 문제집은 전면 개정되기 때문에 최신 출제 경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수학은 ‘문제풀이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매일 일정한 학습량을 채워나가는 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 교사는 EBS 강의 수준이 사교육 업체의 강의와 비교해도 질적으로 손색이 없다고 자부했다. 그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강사진의 실력이 빼어날 뿐 아니라 학생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강의 스타일도 끊임없이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 윤연주 (이화여고) “수준에 맞는 강의 골라 물고 늘어져라”
외국어영역을 가르치는 윤연주(38·여·서울 이화여고) 교사가 EBS에서 강의를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EBS 강의 경력이 햇수로 10년을 넘었다. 그만큼 학생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잘 알고 있다. 윤 교사는 구체적인 학습 전략보다 수험생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조언을 많이 제시했다.
윤 교사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수험생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세이자 효율적인 외국어영역 공부법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모두 세우라는 것이다. 월별 목표까지 세세하게 짜놓지 않으면 어휘 암기와 독해를 반복 공부하는 외국어영역의 특성상 지쳐버리기 쉽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자기 수준에 맞는 강의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은 그 강의에만 집중해야 해요. 다른 강의에 한눈을 팔아서는 안 돼요. 교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한 심지를 가지고 초지일관하는 수험생활을 보내야 합니다.”
윤 교사는 EBS 강의의 강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일선 교사들이 강사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EBS 강사로 활동 중인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업체로부터 받는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꿋꿋이 학교 현장을 지키는 이유도 설명했다. 학교와 방송을 통해 학생들과 가족처럼 교감하는 일을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EBS에서 강의하는 것은 내가 우리나라 고교 교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점이 얼마나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일선 학교 교사들도 저희들이 하는 수업을 보고, 현장에서 응용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런 보람에 비한다면 학원으로 자리를 옮겨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죠.”
탐구영역… 최태성 (대광고) “조급하면 실패… 마라토너 호흡법 중요”
최태성(39·서울 대광고) 교사는 사회탐구영역 중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친다. 최 교사는 “학생들에게 마라토너의 호흡법으로 공부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가장 좋은 점수가 나와야 하는 날은 3월이나 6월이 아닌 11월 18일(올해 수능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념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나면 얼른 문제집을 풀어서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개념과 교과 내용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내 실력이 어디까지 왔나’를 확인하려고 덤비다 보면 페이스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원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학생,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학생들이 자신의 EBS 강의를 듣고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최 교사는 말했다. 그러면서 2010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인문계열에 합격한 문가영(18)양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문양은 학원이라고는 단 한 곳도 없는 섬마을 출신이다. 이른바 ‘사교육 청정지역’인 전남 신안군 도초고를 졸업한 문양은 수험 준비기간 중 EBS 강의를 적극 활용했다. 그런 문양이 대학합격통지서를 거머쥐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 맨 먼저 EBS를 찾아와 최 교사를 만났다. 문양은 “내가 믿을 것은 오로지 EBS 수능 강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으며 최 교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글=모규엽 박지훈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