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사태 2R… 美-中 관계 악화일로

입력 2010-02-21 19:0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백악관 면담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번엔 양국 언론이 구글 해킹 사태 등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양국 관계는 국내 문제 및 공통점 없는 대외정책 등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는 견해들이 늘고 있다.

◇2차 사이버전=구글 사태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 및 미 기업 수십곳을 해킹한 ‘범인’이 중국 내 두 대학이라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해킹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Hacking)’이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1면, 10면에 집중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WSJ은 2006년 ‘판다 바이러스’를 만든 해커 리쥔(27) 스토리가 중국 내 사이버범죄 네트워크의 내면을 보여준다면서 해킹 실태를 조명했다. 판다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모든 아이콘이 판다 그림으로 바뀌면서 프로그램을 자동 다운받아 금융정보 등을 해커 컴퓨터로 전송한다. 판다 바이러스 공격은 최초의 조직적인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문은 리쥔이 중국 내 해커 네트워크 속에서 기술을 배우고 공격을 시작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네트워크는 아직도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또 정부기구나 경찰 조직이 해킹에 연관됐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날 NYT도 사이버 공격의 진원지로 컴퓨터 과학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 상하이 자오퉁대학과 중국군의 컴퓨터 과학자들을 훈련시키는 산둥성 란샹 고급기공학교를 지목했다.

그러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미 언론의 근거 없는 주장에 매우 분개한다”(자오퉁대 대변인) “해킹과 연관이 없다. 증거를 대라”(란샹의 리즈샹 당서기)고 반박했다. 차이나데일리도 가세했다. 신화통신이 입장을 정리하면 통상 다른 매체들이 추종 보도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박성 보도가 잇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높은 저축률이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에서 기인한다는 미 컬럼비아대 연구 보고서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반박 기고문이 중국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

◇향후 더 악화=양국이 주요 대외정책에서 서로 다른 쪽을 쳐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관계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란 핵문제나 위안화 절상, 무역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해 중국에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문제는 미국 내 문제나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는 대외정책과 연관성이 있다. 미국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요구들이 자국의 경제 이익과 관련돼 있는 것들이라서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위안화 절상 같은 문제는 물론, 이란 제재 문제도 경제문제와 관련 있다.

NYT는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양국이 대외정책상 공통된 측면이 별로 없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고 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