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호랑이 그려 먹고 사는 ‘화후촌’
입력 2010-02-21 19:02
중국에 집단적으로 호랑이를 그리는 농촌마을 ‘화후(畵虎)촌’이 있다.
허난(河南)성 상추(商丘)에 있는 왕궁좡(王公莊)촌이 화제의 마을이다. 이 마을은 입구에서부터 ‘호랑이를 타고 샤오캉(비교적 잘 사는 수준)으로 향하자’ 등 화후촌 특색을 나타내는 표어들이 눈길을 끈다. 호랑이 그림으로 꾸며진 회화전람관이 곳곳에 있고 회화양성반도 운영되고 있다. 마을 남쪽 화실거리에는 화가 몇백명이 함께 모여 산다. 부부 화가, 부자·부녀 화가, 모자·모녀 화가 등 다양하다. 3대가 함께 살며 호랑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주민 1366명 중 700여명이 호랑이 화가라고 중국 인터넷매체 다허망이 21일 보도했다.
왕페이전(王培振·53)씨 가족은 대표적인 3대 호랑이 화가 가족이다.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모두 호랑이 그림을 그린다. 집안은 온통 호랑이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왕씨 아내는 그림 도구를 가져다주고 그림이 완성되면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왕씨는 “농사도 짓지만 그림 그리는 게 농사보다 수익이 더 좋다”면서 “그림 한 폭이 땅 몇백㎡에서 나오는 식량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화후촌의 그림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일부 사람들이 거리에서 다른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갔다. 이런 사람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지방 정부에서도 문화사업 일환으로 그림 그리기를 적극 권장했다. 이후 이 마을은 자연스럽게 화가마을이 됐다. 특히 호랑이를 많이 그렸고, 최근엔 대부분 호랑이만 그리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화후 제1촌’이라는 명성도 얻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마을에서만 호랑이 그림 4만여폭이 팔렸다. 이 가운데 30% 정도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대만 미국 등지로 해외 수출됐다. 그림 판매수익만 3000만 위안(50억9800만원)에 달했다. 올해 호랑이해를 맞아 최근에는 그림 주문량이 더 늘고 있다. 마을 관계자는 “우리 마을은 다른 농촌마을과 달리 외지로 나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호랑이 그림으로 살기 좋은 새 농촌을 건설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