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타임스퀘어 김담 대표] “서울 종로에 제2 타임스퀘어 욕심”
입력 2010-02-21 10:22
“종로에 ‘제2의 타임스퀘어’를 세우겠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2층 부사장실에서 만난 김담(45) 대표는 말투나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민감한 질문에도 에둘러 말하거나 애매한 표현을 쓰는 법이 없었다. 사진기자 요청에 사람들로 붐비는 타임스퀘어 1층 아트리움 한복판에서 자칫 어색할 수 있는 포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이달 초 국제경영원(IMI)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밝혔듯 ‘새로운 타임스퀘어 개발’을 구상 중이다. “동대문∼종로∼을지로∼세종로로 이어지는 구도심 지역은 영화관, 영세점포들이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어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여건이 된다면 서울시와 협의해 이곳에 제2의 타임스퀘어를 세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서울시가 종로 일대를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해놓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막상 진전된 건 없다”면서 “나 같은 사람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종로 일대 말고 관심 있는 지역이 있느냐는 질문엔 “나는 구도심 아니면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그의 소신은 확고했다. 쇼핑몰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시간을 파는’ 공간이라는 것. 김 대표는 “시간(Time)과 공간(Square)을 합친 명칭 ‘타임스퀘어’가 내세우는 모토는 고객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몰을 한 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쇼핑몰은 타임스퀘어다”라고 답했다.
타임스퀘어란 이름은 자신이 직접 지은만큼 애착도 크다. 개점을 앞두고 여러 네이밍 업체에 명칭을 의뢰했지만 ‘이거다’ 싶은 이름이 없었다. 김 대표는 “누구는 ‘남의 것 베끼는 거 아닙니까’라고 하지만 타임스퀘어라는 이름만큼 쇼핑몰에 대한 나의 소신을 드러내는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3000원짜리 물건을 2000원에 파는 식의 가격 할인만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고객과의 좀 더 수준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타임스퀘어 지하 2층 2645㎡(800평 규모) 공간에 미술관을 열 계획이다. 미술관뿐 아니라 방송국 오픈 스튜디오 등을 유치해 고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달이면 타임스퀘어 개점 6개월을 맞는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많이 좋아하고 찾아줘서 출발로선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1년 정도 지나면 타임스퀘어만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9월 16일 오픈 이후 연말까지 2000만명이 넘게 다녀가고 매출액은 2800억원대를 돌파했다. 나쁘지 않은 수치다.
타임스퀘어 성공 비결에 대해 김 대표는 주저 없이 ‘모방’이라고 답했다. “모방은 정말 눈물나게 했어요. 가능하면 완벽하게 모방하려고 노력했고 거의 베끼다시피 해서 가져왔습니다.”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와 홍콩 하버시티 등이다. 하지만 무조건 베끼기만 한 건 아니다.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은 변형했다. 김 대표는 “모방과 변형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혼합하느냐가 중요하다. 만약에 또 하게 된다면(제2의 타임스퀘어를 연다면) 자기복제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타임스퀘어를 준비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몸무게가 4㎏이나 줄었는데 오픈 후 원상복귀 되더니 새해 들어 담배 끊고 4㎏이 더 늘었다”며 “결과적으로 8㎏가 찐 셈인데 이래서 담배를 끊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웃었다.
타임스퀘어 주변 도로의 고질적인 교통 정체에 대해선 모든 원인을 타임스퀘어 때문으로만 돌리는 건 억울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현재 형인 김준 사장과 고모부 이중홍 회장과 함께 경방을 이끌고 있다. 각자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고모부님은 신중하시고 형님은 추진력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상당히 합리적이지 않나 평가합니다”라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