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 시장’ 아직 걸음마

입력 2010-02-21 19:05

국내 전자책 시장이 걸음마 단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 단말기 성능이 부실한 데다 콘텐츠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말기의 최대 단점은 무선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리버 ‘스토리’엔 통신 기능이 아예 없다. 지난 2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신모델 ‘SNE-60/60K’엔 와이파이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제휴를 맺은 교보문고에만 연결된다.

전자책에 대한 오해도 단말기 시장 성장을 방해하는 한 요소. 종이 느낌을 최대한 살린 전자책은 창에 전자 잉크를 입혔다가 지우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 방식은 눈을 편안하게 해 책 읽기엔 좋지만 일반 인터넷 화면을 구현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PC나 TV에 쓰는 LCD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데도 전자책을 PC처럼 쓸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자책 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초반 예약 물량 2000대가 매진됐던 스토리는 1만대가량 팔리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단말기도 예약 판매 성적은 좋았지만 최종 판매 대수는 밝히지 않았다.

콘텐츠도 부족한 편이다. 국내 최대 콘텐츠를 보유한 교보문고는 단행본 6만5000종에 13만종의 학술논문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겐 턱없이 부족하다. 21일 현재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와 전자책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교집합은 1위 ‘덕혜옹주’ 한 권뿐이다. 전자책 베스트셀러 중엔 2004년 발간된 책도 있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구입하기 힘든 셈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매달 1300여권이 전자책으로 새롭게 추가된다”면서도 “전자책 발간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저작권 계약 등의 제약이 있어 원하는 책을 다 전자책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음달 아이리버가 와이파이를 장착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돌파구를 열어갈지 주목된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