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롤러코스터 경제

입력 2010-02-21 19:07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새삼 주목받는 경제정책의 목표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다.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앙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은 원인도 금융산업의 비정상적 비대화에 기댄 ‘부채 경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부터의 빚에 의존한, 경제능력을 넘는 소비가 지속가능하다고 오판한데서 재앙이 싹텄다는 의미다.

안정적인 성장경제와 대비되는 용어가 ‘롤러코스터 경제’다. 학술적으로 엄밀히 정의된 용어는 아니지만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고성장과 심각한 경제 불황이 반복되는 경제’ 정도로 풀이된다. 좀더 넓은 의미로는 호황과 불황 등 경기 사이클의 진폭이 큰 불안정한 경제 구조를 일컫기도 한다. 예를 들면 2∼3년간 잠재성장률(한 나라의 자원을 총동원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훨씬 넘는 6∼7%로 고성장하다 이듬해 1% 성장률로 추락하는 것보다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3∼4% 성장이 지속되는 경제 구조가 낫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학렬 전 한국은행 총재 비서실장이 지난해 펴낸 ‘금리전쟁’이란 책에는 롤러코스터 경제의 해악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김 실장은 1990년대 장기간 호황을 구가하다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의 모습이 롤러코스터 경제였다고 지적한다. 롤러코스터 경제가 지속되면 국민경제도 바이킹 보트처럼 요동치게 된다. 소득 분배의 불균등이 심화되고 중산층은 엷어지고 경제력은 일부 계층에 집중된다.

롤러코스터 경제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선거를 의식하는 정부의 생리가 꼽힌다. 그 결과 정책 시계(視界)가 단기에 그치고 정책 내용도 대중영합적이 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2000년이나 2003년 등 경기가 활황을 보이는데도 저금리 정책과 재정 확장이 장기간 지속된 것도 정부가 지방선거, 대선 일정을 의식한 측면과 관련이 있다. 당시 과도한 저금리 기조가 2005년 이후 부동산값 급등을 불러오고 경제 체질을 더욱 약화시켰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책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우리 경제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현 정부가 ‘연간 7%’로 대표되는 성장 위주 정책 목표에 미련이 강한데다 오는 6월에는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다.

한국 경제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급격한 자본 유출에 따른 원화가치와 주가 급락 등 한계도 여실히 보여줬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요약되는 한국 경제의 특징도 롤러코스터 경제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배병우 차장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