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티스트 실험정신을 전시하다

입력 2010-02-21 17:28


미대 갓 졸업 작가의 ‘클래스 오브 2010’ ‘신진조각가전’



젊은 작가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미대를 갓 졸업한 새내기 작가들의 전시를 최근 기획한 큐레이터들의 설명을 들어보자. “무슨 생각으로 왜 작업을 하는지 작가적 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워요.” “모두들 작품이 잘 팔리는 인기작가가 되려고만 해요.” “예술은 뒷전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스타가 되겠다는 이들도 있어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작업에만 정진하겠다는 젊은 작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몇 년 전 미술시장이 끓어오르면서 젊은 작가 작품이 고가에 팔려나가고, 예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업적 성격의 ‘아시아프’에 관객이 몰려들고, 낸시랭 같은 연예활동 작가가 인기를 끄는 세태 등이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고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나름의 창의력으로 작업에 몰두하는 젊은 작가들도 많다. 기성 작가들의 전시가 뜸한 2월, 두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작가 기획전을 들여다보면 한국현대미술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현대는 미대 졸업생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클래스 오브 2010’ 전을 마련했다. 대학의 졸업전을 방문한 뒤 작가 포트폴리오와 심사과정을 통해 선정한 전국 15개교 20명의 예비 작가들의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강예신의 ‘휴우(休友)-CSI요원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처럼’, 고민규의 ‘장난감 공화국’, 오바마와 김정일을 소재로 한 서평주의 ‘가위 바위 보’ 등이 재기발랄하다.

도형태 갤러리 현대 대표는 “이제 막 데뷔하는 이들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작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격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클래스전이 아티스트의 저변을 넓히고 건강한 작가 발굴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7일까지(02-519-0800).

평창동의 조각 전문 미술관인 김종영미술관은 전국 미술대학의 입체 관련 전공 졸업생 17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2010 신진조각가전’을 연다. 미대에서 조소와 입체 조형을 전공하고 졸업하는 예비 작가들을 참여 대상으로 해 김종영미술관이 2008년부터 해마다 여는 전시다.

얼굴은 없이 구부러진 신체를 조각한 송아리의 ‘지각장’ 연작, 일상에서 사용하다 버려진 목가구 잔재로 다시 나무의 외형을 재현한 최건아의 ‘트리’, 기념품 수건을 모아 높이 2m가 넘는 대형 케이크를 만들어낸 정설화의 ‘수건’, 아기용 젖병에 분유 대신 젖소를 구겨 넣은 천성길의 ‘누크 우유병’ 등이 참신하다.

윤경만 학예연구사는 “일부 작품은 마무리 면에서 다소 부족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지만 새로운 조형적 실험정신을 펼쳐나갈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4월 1일까지(02-3217-648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