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최연소 팬텀 홍광호… 소름이 돋는다, 미친 가창력

입력 2010-02-21 17:40


최근 서울 잠실동 샤롯데시어터에서 만난 홍광호는 “흥분된다. 재미있을 거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배역을 그는 서른이 되기도 전에 따냈다. 홍광호는 전 세계 최연소 팬텀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홍광호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국내 초연 때도 오디션에 도전했다. 하지만 쓴 잔을 마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시도였죠. 뭘 할 수 있었겠나 싶어요. 9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내 안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 게 그때와 차이인 거 같아요.”

이번 공연도 “반드시 배역을 따내겠다”는 마음보다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올 외국 스태프들 얼굴이나 익히자. 팬텀 역을 준비하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리자”하는 심정에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런데 제작진에서 뜻하지 않게 라울 역을 제안했다. 그리고 나중에 팬텀으로도 무대에 서자고 했다. “사실 라울은 생각도 안 했어요. 하지만 저한테는 너무 좋은 기회였죠. 라울로 무대에 서는 동안에는 팬텀은 생각도 안 했습니다.”

팬텀으로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라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라울을 팬텀에 가는 중간과정 정도로 보는 시선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라울은 팬텀과 모든 게 정반대에요. 라울은 모든 걸 가졌지만 팬텀은 아무 것도 없죠. 라울은 팬텀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라울을 해석할 때 팬텀에게 없는 것을 두고 분석했어요.” 함께 팬텀을 연기할 양준모, 윤영석의 팬텀을 객석에서 보지 않았다는 홍광호는 “내가 생각하는 팬텀은 전반적으로 위험한 팬텀이다”라고 설명했다.

2002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해 ‘미스 사이공’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 토드’ 등 대형 뮤지컬의 주역을 맡으며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다진 홍광호는 자신의 목적지를 창작 뮤지컬로 설정하고 있다. “‘빨래’ 같은 작품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품이 있었네’라는 생각을 했고 출연도 하게 됐어요. 더 많은 창작 뮤지컬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극의 구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거기에 좋은 음악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죠.”

홍광호는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선천적으로 목청은 타고 난 거 같아요. 하지만 그걸 개발하는 게 더 큰 문제죠.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스스로 잘 한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