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가리려다… 남은 머리마저 빠질라
입력 2010-02-21 17:34
모발 이식을 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휑한 머리’를 그냥 놔 둘 수는 없어 선택하는 것이 ‘가발’이다. 최근 사용이 간편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자연스럽다고 광고하는 것들도 많이 나와 탈모 환자들에게 관심이 높다. 연예인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순간 증모제(흑채)’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증거다. 하지만 탈모를 가리기 위한 이런 제품들의 경우 사용시 주의하지 않으면 오히려 탈모 증상을 더욱 가속화하거나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개 앞머리가 많이 빠졌거나 M자형 탈모인 경우 앞부분을 가리는 ‘탈착식 가발’을 많이 쓴다. 탈모가 전체적으로 진행된 환자들은 ‘접착식 가발’을 이용해 전체 두피를 감싸는 형태를 선택한다. 흑채는 정수리 부분의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탈모가 진행된 경우 흔히 사용한다.
탈착식 가발의 경우 클립 등을 이용해 가발을 머리에 임시로 고정하는데, 이때 클립을 삽입한 부위에 ‘견인성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 견인성 탈모는 같은 자리의 머리카락이 세게 당겨지거나 자주 뽑히게 되면 그 자리에 머리카락이 다시는 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포헤어 모발이식센터 이규호 원장은 “성장기의 머리가 외부 힘에 의해 장시간 견인 압력을 받아 뽑히면 머리카락을 지탱하는 모낭의 일부가 뜯겨지게 된다”면서 “무리한 압력으로 뽑힌 모낭은 모근과 분리되면서 상처를 받아 그 자리의 모낭이 다시 자라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탈모가 진행되는 부위 즉, 약해진 모낭 부위에 클립으로 고정하게 되면 탈모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따라서 탈착식 가발을 착용하는 경우 클립이 고정되는 부위가 당기거나 모발이 뜯겨 두피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지 수시로 체크해 봐야 한다. 클립을 고정하는 부위를 조금씩 달리하는 것도 한 방법. 또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가발을 벗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본드나 테이프 등으로 붙이는 접착식 가발은 티가 잘 나지 않는 게 장점. 하지만 한달에 한차례 가발업체를 방문해 두피와 가발을 세척한 뒤 다시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착용 전 두발을 매우 짧게 깎고 두피와 가발을 접착제로 머리에 완전 고정하게 되는데, 이는 두피의 공기 순환을 방해해 두피 온도를 높이고 땀을 차게 해 두피를 짓무르게 할 수 있다. 온도가 높아진 두피는 모공이 넓어지면서 피지 분비가 늘어나고 모낭충이나 비듬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땀이 차 축축한 상태의 두피는 모발의 휴지기를 앞당겨 모발 손상은 물론 추가 탈모의 위험까지 높인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또 접착제 혹은 가발 내면의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두드러기, 염증, 발진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알레르기가 없더라도 오랜 시간 피부에 이물질이 붙어 있으므로 자극에 의한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발업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가발의 청결을 유지하고 두피에 이상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발을 착용한 상태로 샤워나 샴푸를 할 땐 가발과 두피의 접촉면까지 완전히 말려야 한다.
흑채는 천연 펄프를 검정색이나 갈색으로 염색한 후 가루 형태로 만든 것이다. 흑채를 가늘어진 모발 주변에 뿌린 후 함께 판매되는 스프레이로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고정해 헤어스타일을 완성한다. 흑채의 구성 성분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루와 스프레이를 매번 잘 씻어내지 못하면 두피에 쌓여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두피에 남은 흑채 가루는 두피의 호흡을 방해하고 모근과 모낭을 막아 모발에 영양 공급을 어렵게 하는 것. 이로 인해 모근이 약해지고 결국 머리카락이 가늘어져 쉽게 빠지게 된다. 여기에 점액질 성분이 들어있는 스프레이는 모발 손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흑채를 사용한 후에는 매일 삼푸로 머리를 감고 잔여물을 씻어내야 한다. 이때 손가락 끝을 이용해 두피를 마사지 하면서 감으면 두피 건강에 좋다. 머리를 감은 후에는 바로 말려야 비듬균이 활개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