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극단 골목길 ‘프랑스 정원’] 여자 사형수들 감옥에서 무슨 꿈 꿀까

입력 2010-02-21 17:40


극단 골목길의 신작 ‘프랑스 정원’(사진)은 여죄수 감옥을 무대로 한다. 한 방에는 이모와 조카 둘이, 다른 방에는 엄마와 세 딸이 있다. 이들이 한 감방에 있는 것도 이상한데, 극중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이곳이 감옥이 아닌 것처럼 아주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목도리를 짜서 아프리카 난민에게 보낸다면서 “여유 있을 때 베푸는 것”이라고 하고, 간수들과도 사이 좋게 지내며 감방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이들의 일상은 구덩이를 파고, 주는 대로 먹는 게 전부인데 다들 “그럭저럭 사는 세상”이라면서 순응한다. 간수는 “여기는 그냥 사람 사는 데”라고 정의한다.

일상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가 꿈을 꾸고 살듯 이들도 꿈을 꾼다. 엄마와 딸이 있는 감방은 막내딸이 독방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에 다들 긴장한다. 이들은 막내딸을 무서워한다.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자신들을 비정상적인 막내딸이 위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첫째는 배에 두둑하게 복대를 두르고 자기가 임신했다고 믿는 상상임신 중이고, 둘째는 밤만 되면 몽유병 증세를 보이며 프랑스 정원으로 간다는 소리를 한다. 막내는 이들에게 사실을 이야기 하지만 엄마와 두 언니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막내를 향해 “우리한데 왜 이러는 거니”라며 절규한다.

극 마지막에 이르러 이들의 비루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두 사형수인 그들은 절대 프랑스 정원 같은 곳은 갈 수 없다. 그들이 꾼 꿈은 절망적인 현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렇다고 그들이 꿈마저 마음대로 꾸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 정원’은 극단 골목길 대표인 박근형이 극본을 쓴 작품이다. 연출은 신예여성연출가 이은준이 맡았다.

무대에는 아홉 명의 여배우가 등장한다. 이들은 섬세하면서 발랄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막바지에는 열정적이고 힘에 넘치는 무대를 선보인다.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된다(02-6012-2845).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