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열전’… 이색 직업의 세계를 관찰한다
입력 2010-02-21 19:06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기잡이 배에 올라타 파도의 위협에 맞서고, 불이 난 산속을 헤매며 화마와 싸운다. 아찔한 고층 빌딩 청소를 자청하는 이들도 있다. EBS의 ‘극한직업’이 다룬 직업의 세계이다. ‘극한직업’은 교양다큐 프로그램으로는 높은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17일로 100번째 직업을 돌았다.
EBS는 봄 개편에 ‘극한직업’의 속편 격인 ‘프로열전’을 신설했다. 땀 냄새가 물씬 풍기고 치열한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직업의 세계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10시40분에 펼쳐진다. 월요일부터 이틀간 ‘프로열전’이 방영되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극한직업’이 찾아간다.
‘프로열전’은 ‘극한직업’에서 모티브를 얻은 만큼 기본 모양새는 비슷하다. 직업 종사자의 삶을 밀착 취재해 생생한 작업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직업 정신을 고취시키는 취지도 같다. 하지만 주목하는 대상은 다르다. ‘극한직업’은 조기잡이 어부, 알루미늄 공장 노동자, 김 양식업자, 대구잡이 어부 등 근육과 손끝의 노하우가 필요한 직업에 천착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생산물을 창출하는 인간의 의지를 드러내는 게 목적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포인트를 맞췄기 때문에 주로 화이트칼라보다 블루칼라가 더 많았다.
하지만 ‘프로열전’은 노동환경보다 업무의 내용에 방점을 찍는다. 신흥 유망직업, 이색직업, 전문직 종사자를 찾아간다. 22일 방영되는 1회는 화재조사관을 다룬다. 대중에게 생소하지만 상당한 지식과 뛰어난 두뇌를 요구하는 직업이다. 카메라는 화재조사관이 치밀한 두뇌와 섬세한 관찰력으로 화재 원인을 감별해가는 모습을 밀착 취재한다.
‘극한직업’의 현장이 감각적이라면 ‘프로열전’의 현장은 과학적이다. 예를 들어 ‘극한직업’은 알루미늄공장 노동자가 1500도가 넘는 용광로에서 금속을 녹이고 프라이팬을 만들어내는 현장을 담았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끈적한 땀과 뜨거운 열기, 극도의 긴장감이 시청자를 덮친다.
반면 ‘프로열전’의 현장은 과학 수사대를 보는 듯 지적인 긴장감이 넘친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해결 과정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는 매서운 눈으로 차분하게 주인공을 응시한다. 연기와 악취로 가득한 화재 현장을 찾은 화재조사관이 잿더미 사이를 조심스레 들춰보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 타버린 콘센트에서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진 모습 등 미세한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화재조사관의 업무도 구체적으로 소개 된다. 화재조사관은 소속에 따라 업무가 차이가 난다. 경찰에 소속된 조사관은 화재의 원인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 소방본부에 소속된 조사관은 화재의 예방과 진압을 목적으로 현장에 나선다. 취재진은 여러 화재조사관의 일상을 담아 직업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